프랑스-이탈리아 갈등 심화…휘청이는 유럽경제 설상가상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2.08 15:24
글자크기

난민·예산 문제 등 사사건건 충돌…경기 침체 유로존 부담 가중

이탈리아 로마 파르네세궁전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모습.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한다고 발표했다. /AFPBBNews=뉴스1이탈리아 로마 파르네세궁전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모습.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한다고 발표했다. /AFPBBNews=뉴스1


프랑스와 이탈리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난민과 예산안 문제 등에서 사사건건 이탈리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프랑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로마 주재 자국 대사까지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을 이끄는 주요 경제국 관계가 삐걱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 경제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내정간섭 논란으로까지 번진 갈등



프랑스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몇 달간 이탈리아 정부가 프랑스에 대해 이유 없는 비난과 악의적인 발안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탈리아가 프랑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탈리아 주재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프랑스 반(反)정부 운동을 이끈 '노란 조끼' 시위대 지도부의 크리스토프 샤랑송과 만나 지지를 표명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유럽의 난민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시민주도집회(Citizens Initiative Rally)'라는 이름의 정당을 구성하고 유럽의회 선거에 도전할 계획으로 이미 10여명의 후보까지 공개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정부와 노란 조끼 시위대의 공조를 내정간섭이라 규정하고 "용인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대립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 총선에서 유럽연합(EU) 체제에 회의적인 포퓰리즘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유럽 내 영향력이 큰 마크롱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동맹당은 난민 문제를,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극좌 성향의 오성운동은 긴축 예산을 두고 프랑스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 경제 부담 가중


유로존 2위, 3위 경제 규모를 가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갈등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무역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주요 경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관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경제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양국 무역이 위축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상대방에게 둘째, 셋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무역 규모는 2017년 890억달러(약 100조원) 정도였다.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토리노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연정이 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브렉시트 시한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한데다 무역전쟁으로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마저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