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74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23.3%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이 -8.3%로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1월 들어 감소율은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지난해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267억12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0.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수출 증가율은 29.4%로 전체 수출 증가율(5.5%)의 5.3배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말 하락세로 반전한 주요 원인은 메모리칩의 단가 하락이다. D램(RAM) 가격은 8Gb(기가비트) 기준 지난해 1월 9.6달러에서 올해 1월 6.1달러로 36.5%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8Gb 기준 낸드플래시 가격도 6.7달러에서 5.2달러로 22.4% 급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게 가격이 떨어진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판매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를 뒷받침해 왔던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단가하락을 기다려보자며 데이터센터 투자를 연기하는 등 구매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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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던 '슈퍼사이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능력을 늘려왔다.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가 주춤하자 이는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고, 자연스레 가격이 고꾸라졌다.
중국발(發) 공급과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 조치로 다소 지연되긴 했으나 '반도체 굴기'의 힘을 받아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에 나설 경우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더욱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 업체들간 출혈적 가격 경쟁을 벌였던 '제2의 치킨게임'의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여기에 수출 물량 감소도 현실화하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0.7% 줄었다. 수출 단가와 물량이 모두 급증했던 슈퍼사이클 시기와 상반된 모습이다.
정부 안팎에선 수출 부진이 구조적인 이유인 탓에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한다. 다시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고, 수출도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D램 공급초과율이 1분기 1.8%에서 3분기 -2.5%, 낸드플래시는 2.1%에서 -1.0%로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1분기까진 공급보다 수요가 많겠지만 3분기에 다시 공급 부족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만은 없을 것이고, 올해 한·미·일 등이 5세대 이통통신(5G)을 상용화하면 관련 수요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고, 1분기 '반도체 바닥론'도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