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닭강정·떡 1300개…文대통령 늘 음식 선물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2.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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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김성휘 정치피디아]김정숙 여사, 겨울 목도리 선물 잦아

지난달 31일 밤 청와대 경내 조리실에서 청와대 조리장이 설 명절 맞이 행복도시락에 들어갈 '매콤 닭강정'을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오전 설 명절을 맞아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관악센터 '나눔공동체'와 함께 취약계층 청소년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2019.02.01.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지난달 31일 밤 청와대 경내 조리실에서 청와대 조리장이 설 명절 맞이 행복도시락에 들어갈 '매콤 닭강정'을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오전 설 명절을 맞아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관악센터 '나눔공동체'와 함께 취약계층 청소년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2019.02.01.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심석희 선수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지난 24일 영부인께서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 선수에게 전달해 달라며 편지와 녹색 머플러를 보내왔다"라고 밝히며 "선물을 전해 받은 심석희 선수는 어제 오후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영부인께 보냈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측 제공)  2019.1.27/뉴스1  심석희 선수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지난 24일 영부인께서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 선수에게 전달해 달라며 편지와 녹색 머플러를 보내왔다"라고 밝히며 "선물을 전해 받은 심석희 선수는 어제 오후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영부인께 보냈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측 제공) 2019.1.27/뉴스1
도시락을 배달하는 대통령, 목도리를 걸어주는 대통령부인.

2019년 설 풍경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2017년 5월 취임후 소외된,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종종 만나고 선물로 마음을 표현해 왔다.



이 선물 리스트엔 차이점도 발견된다. 먹는 것과 입는 것. 문 대통령의 선물은 비싸지 않지만 마음이 담긴 음식 위주다. 도시락, 피자, 떡, 명절 술(차례주)이 그렇다. 반면 김 여사의 선물 중엔 목도리, 장갑, 뜨개질 실 등이 많다.

여럿이 둘러앉아 마음을 나누기엔 음식만한 선물이 없을 것이다. 털실과 목도리는 겨울철 온기를 전하는 아이템이다. 문 대통령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 포목점을 운영했던 김 여사 가족의 경험이 각각 투영됐을지도 모른다.



종류는 달라도 대통령 부부의 선물엔 공통점이 있다. 따뜻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최영남 나눔공동체 대표와 함께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설 명절을 맞아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관악센터 '나눔공동체'와 함께 취약계층 청소년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2019.02.01.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최영남 나눔공동체 대표와 함께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설 명절을 맞아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관악센터 '나눔공동체'와 함께 취약계층 청소년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했다. 2019.02.01.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도시락 배달원 자처..실향민엔 송이버섯 =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직접 포장한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서울 관악구의 아파트를 오르내렸다. 도시락 메뉴는 쌀밥, 연어까스, 햄감자조림, 멸치볶음, 무생채, 배추김치, 후식이다. 청와대 조리장이 직접 조리한 특별 반찬 매콤 닭강정도 추가했다. 도시락을 받는 청소년들이 읽도록 문 대통령의 격려카드도 넣었다.


이날 방문한 가구는 6곳.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 직접 주소를 찾고, 현관 벨을 눌러가며 결식 청소년을 위한 나눔 도시락을 돌린 것만 해도 형식적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도시락을 받은 청소년들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도시락 가방을 현관문에 걸어놓은 뒤 벨만 울리고 돌아서고는 했다. 어느 경우는 벨소리를 듣고 바로 나온 청소년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실향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적이 있는데 이때도 선택은 '음식'이었다. 북한에서 선물로 준 송이버섯이다.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송이 2톤을 선물받았다. 이를 4000여명의 실향민에게 나눠 보냈다. 이걸 받았다는 실향민 자녀의 사연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이웃들에게 나눌 도시락 포장을 마치고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2019.2.1/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이 1일 이웃들에게 나눌 도시락 포장을 마치고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2019.2.1/청와대 제공
피자 350판, 떡 1300개= 문 대통령은 정부부처에 격려 간식을 보내곤 했다. 메뉴는 피자다. 2017년 12월6일 기획재정부 전 직원들은 문 대통령이 보낸 피자를 받았다. 기재부 공무원, 경비원, 미화원 등 기재부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한 중소업체의 세종시 매장에서 350판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추진비를 썼다.

앞서 그해 7월, 청와대 상춘재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피자가 화제에 올랐다. 참석자 중 구본준 LG 부회장이 직원들을 격려할 때 피자를 돌려 '피자 CEO(최고경영자)'란 별명이 있는 것을 문 대통령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제가 (일동 웃음) 피자 한 판씩 쏘겠다"라고 말했다.

피자는 엉뚱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중 '2월22일 저녁 18시 6만1800원'의 내역은 피자와 치킨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재정집행을 총괄하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서울경찰청에서 지원 나온 외곽 의무경찰에 대해서 추위에 고생하는 분에 대해서 격려하고자 치킨과 피자 보내드린 것"이라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피자를 보냈던 기재부에 2018년엔 떡을 보냈다. 이번에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애쓴 걸 격려하는 의미다. 소포장한 떡은 1300개였다고.
【서울=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 12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아침에 대통령께서 떡을 보내셨더라. 예산·세법 개정안의 통과를 비롯해 기재부의 여러 노력에 대해 격려의 뜻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거 같다"고 밝혔다. 2018.12.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 12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아침에 대통령께서 떡을 보내셨더라. 예산·세법 개정안의 통과를 비롯해 기재부의 여러 노력에 대해 격려의 뜻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거 같다"고 밝혔다. 2018.12.10. [email protected]
명절엔 차례주= 설, 추석 차례를 지내는 데 차례주는 필수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명절인 2017년 추석 선물에는 술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차례주가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의 선물에 전국의 전통주를 담았던 기억도 있었다.

이에 2018년 설부터 올해 설까지 세차례 전통주를 넣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설에 강원도 감자술이었다. 보는 순간 평창과 강원도를 떠올리게 만드는 선택이다.

'섬' 특산물을 키워드로 했던 지난해 추석엔 술도 '섬'이었다. 제주도 오메기술을 담았다. 올해 설에는 경남 함양의 솔송주를 골랐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에서 전해지는 전통술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설 명절 선물세트. 경남 함양의 솔송주, 강원 강릉의 고시볼, 전남 담양의 약과와 다식, 충북 보은의 유과 등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우수 전통식품으로 사랑받아온 식품으로 구성했다.  선물은 국토수호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군·경 부대(최동단, 서북단, 남단, 중부전선 등),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각종 재난 사고 시 구조 활동에 참여한 의인,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독거노인, 희귀난치성환자, 치매센터 종사자 등에 가장 많은 선물이 전달되며,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각계 원로, 국가유공자 가족 등에게도 전달됐다. 2019.01.22.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설 명절 선물세트. 경남 함양의 솔송주, 강원 강릉의 고시볼, 전남 담양의 약과와 다식, 충북 보은의 유과 등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우수 전통식품으로 사랑받아온 식품으로 구성했다. 선물은 국토수호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군·경 부대(최동단, 서북단, 남단, 중부전선 등),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각종 재난 사고 시 구조 활동에 참여한 의인,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독거노인, 희귀난치성환자, 치매센터 종사자 등에 가장 많은 선물이 전달되며,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각계 원로, 국가유공자 가족 등에게도 전달됐다. 2019.01.22.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따뜻한 정숙씨= 김 여사는 지난달 24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에게 짙은 녹색 목도리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에게 "용기 내 줘 고맙다"는 격려, 위로의 편지와 함께 머플러를 전달했다.

심 선수는 고맙다는 답장을 김 여사에게 보냈다. 대회 출전차 27일 출국한 심 선수는 이 목도기를 두르고 공항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는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발달장애인 예술단 ‘그랑’의 공연 ‘군산, 1919년 그날’을 관람하고 출연진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며 격려했다.

김 여사는 그보다 며칠 전인 12월20일, 광주의 서광 지역아동센터 원생들과 교사들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김 여사가 대선 기간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손뜨개를 하고 '뜨개실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선 당선 후, 김 여사는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센터를 다시 찾아 뜨개실을 선물했다.

원생들은 바로 이 실로 대통령 내외를 위한 목도리, 청와대 반려견 마루·곰이·송강이·새끼 강아지들을 위한 목도리를 만들었고 청와대에서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따뜻함이 따뜻함으로 돌아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4일 병원 입원 중이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했다. 이때 대통령은 손목시계와 함께 김 여사가 보낸 목도리, 장갑을 선물했다. 꼭 1년 후 김 할머니는 별세했고 문 대통령은 직접 조문을 가며 애도의 뜻을 보였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광주광역시 서광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초대해 격려하는 중 조가영 학생에게 뜨개실로 만든 목도리를 선물받고 있다. 2018.12.2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광주광역시 서광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초대해 격려하는 중 조가영 학생에게 뜨개실로 만든 목도리를 선물받고 있다. 2018.12.23.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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