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태에 월가가 웃는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1.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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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베네수 국채, 새 대통령 탄생 기대로 반등… 월가 올 수익률 4~5%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두 명의 대통령'으로 베네수엘라가 혼란에 빠지자 오히려 월가는 웃고 있다. 휴지 조각에 불과했던 베네수엘라 국채가 새로운 대통령 탄생 기대감으로 반등하고 있어서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7년 만기인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올해 들어 액면가 1달러당 23센트에서 33센트로 상승해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고, 국영 석유업체 PDCSA가 발행한 회사채 역시 13센트에서 24센트로 오르면서 9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국채는 2017년 11월 이후 대부분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16년 베네수엘라 경제성장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몰락했고, 외환보유고마저 빠르게 말라가며 채권 만기 도래액을 갚지 못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투자금 회수의 길이 아예 막히고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항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최우선 공약으로 경제 개혁을 내건 과이도에 기대감을 표출하면서 국채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때문에 월가 대표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자회사 골드만삭스에셋매니지먼트, 블랙록, 티 로우 프라이스, 스톤 하버 등이 웃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신흥국 채권 펀드는 올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7년 8억6500만달러에 PDCSA 채권을 사들인 골드만삭스는 이 채권이 포함된 신흥국 펀드 2개가 올들어 각각 4.8%, 5.1%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 매입 당시만 해도 마두로 정권에 현금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다른 IB들이 운용하는 신흥국 채권 펀드도 쏠쏠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톤 하버가 운용하는 12억달러 규모의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는 올들어 5.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60억달러 규모의 티 로우 프라이스 역시 5.4%, 블랙록의 27억달러 규모 펀드는 5.2%의 수익률을 냈다. 이들의 수익률은 JP모간의 신흥국재권지수가 나타낸 3.8%의 상승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과도한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FT는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이 상승세이지만 월가에서 과거에 사들인 금액보다는 여전히 낮아 손실을 개선하는 수준"이라고 경계했다. 샤마일라 칸 얼라이언스번스틴 신흥국 채권 전략가는 “국채 가격은 상승 모멘텀이지만 여전히 억눌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베네수엘라의 안정적인 정권 교체와 건실한 경제 회복 등 정국 혼란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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