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푹빠진 대표님 "포크레인까지 샀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9.02.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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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차기철 인바디 대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깊고 맑은 연못 만들기"

차기철 인바디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chmt@차기철 인바디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chmt@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구두닦이 나무통을 만들어 아버지 구두를 닦아드리고 10원씩 받았죠. 그때 어머니가 빨아서 널어놓은 스타킹을 몰래 가져와 구두닦이 천으로 썼다가 엄청 혼나기도 했죠. 스타킹이 잘 닦이거든요.(웃음)”

회사나 제품 얘기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며 곤란한 표정을 짓던 차기철 인바디 (29,750원 0.00%) 대표(61·사진)는 취미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눈을 반짝이며 이같이 말했다. 인바디는 보통명사로 쓰일 만큼 체성분 분석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세계 1위 기업으로 9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연평균 27%의 초고속성장을 이어간다. 해외 6개국에 현지법인도 두고 있다. 2017년 기준 인바디의 매출액은 933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이다.



때문에 사업 외에는 한눈팔 겨를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어려서부터 공부보다 만드는 걸 좋아한 그는 제품 개발 외에도 틈만 나면 개인적으로 꾸준히 만드는 게 있다. 연못이다. “어렸을 때 옆집 중학생 형이 지하수 펌프 주변에 시멘트로 어항처럼 만들어 송사리 열댓 마리를 넣어놨는데 떼 지어 노는 걸 보고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같습니다.”

차 대표는 깊고 맑은 물만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자신만의 연못 만들기에 푹 빠진 이유다. “아버지를 따라 휴전선 근처로 낚시를 갔는데 한탄강 건너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간 인적 드문 곳에 상당히 깊고 좁은 시냇물이 흘렀어요. 5m 정도로 깊었지만 너무 맑아서 바닥에 있는 지렁이까지 다 보이더라고요. 그 이후로 맑은 물만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나만의 연못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바디가 2002년 충남 천안 소재 공장에 완공한 외부 연못. 직원들의 가벼운 산책장소가 되고 있다./사진제공=인바디<br>
인바디가 2002년 충남 천안 소재 공장에 완공한 외부 연못. 직원들의 가벼운 산책장소가 되고 있다./사진제공=인바디
인바디가 2017년 충남 천안 소재 공장에 완공한 내부 연못. 연못 주변에는 테이블이 있어 직원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사진제공=인바디인바디가 2017년 충남 천안 소재 공장에 완공한 내부 연못. 연못 주변에는 테이블이 있어 직원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사진제공=인바디
그는 실제 여러 개의 연못을 만들었다. 충남 용정리 공장에 3개, 경기 양평과 강원 홍천 연수원에 각각 하나씩 있다. 여기에 실패작까지 합하면 그동안 만든 연못은 총 20개에 달한다. “처음에는 그냥 땅만 파서 연못을 만들었는데 물이 마르니까 고기들이 전부 새 밥이 되더라고요. 다음엔 크고 깊이 파서 비닐을 씌웠더니 몇 달 후 녹조가 생겨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어요. 그제서야 지하수가 흐르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며 20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 대표의 마음에 쏙 드는 연못은 없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본 맑고 깨끗한 물을 볼 수 없어서다. “제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 10개 중 하나가 깊고 맑은 연못 만들기예요. 포클레인도 1대 샀습니다. 제가 직접 모두 만들어보려고요. 기존 연못부터 조만간 제가 원하는 형태로 개조할 겁니다.”

차 대표는 인체의 물, 즉 체수분에도 관심이 많다. 인체의 약 60%를 구성하는 체수분은 영양결핍, 신장질환, 심장질환, 뇌부종, 대사장애 등 각종 질환과 연결돼 있다. 체수분 측정으로 이들 질환의 진행 정도를 검사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체수분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없다.


차 대표는 “복수(腹水) 등 체수분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인바디 제품)를 만들어보는 게 또다른 꿈”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개발해 의료분야에서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철 인바디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chmt@차기철 인바디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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