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牛'마왕에 공격당한 中…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휘청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1.28 17:10
글자크기

GDP 성장률 28년 만에 최저인데…고기류·기름 등 물가는 계속 올라
경기부양 위해 유동성 공급 늘려…위안화 절하 → 물가 상승 악순환

편집자주 문제는 경제(It`s Economy)요, 정확히는 홀쭉해진 국민들의 지갑이었다. 물가가 한주 만에 몇만%씩 오른다는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현재 자칭 대통령이 두명일 정도로 폭풍 전야다. 프랑스의 에펠탑, 루브르도 한때 폐쇄시킨 노란조끼 시위도 유류세 인상 방침이 발단이었다. 성장률 둔화가 목전인 중국은 고기값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치솟는다. 얇아진 지갑으로부터의 혁명과 위기, 그 이면을 들춰봤다.

[MT리포트]'牛'마왕에 공격당한 中…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휘청


[MT리포트]'牛'마왕에 공격당한 中…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휘청
1973년 중동에서는 '석유파동'이 일어나 유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올랐다. 이에 각종 제품값이 덩달아 뛰었고, 소비가 줄면서 경기가 침체했다.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고, 실업률도 치솟았다. 이 같은 현상은 곧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로 확산해 지구촌 경제가 휘청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덮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말로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징조가 나타났다. 물가는 무섭게 오르는데, 경제 성장 속도는 계속 둔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입물가에 영향을 주는 위안화 가치까지 낮아지면서,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압력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인데…장바구니 물가는 급등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6%로 발표했다.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던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막대한 국가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중국 경제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 인민대의 샹송줘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지난해 실제 GDP 성장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중국의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홍콩의 사모펀드 프리마베라 캐피탈의 프레드 후 창업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국내 경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 보인다"며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등 외부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많은 방편을 갖고 있지만, 기업 활동과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본 지출과 개인 소비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는 나쁜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물품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산품 가격이다. 중국 농업농촌부가 각종 채소와 과일, 어류 및 육류 제품 200개 가격을 조사해 발표하는 장바기니물가200지수는 지난 25일 기준 112.5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넘게 올랐다.

이 가운데 양고기와 소고기 등 육류 제품 가격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창궐 등의 여파로 급등하면서 '양귀비(羊貴妃)', '우마왕(牛魔王)'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양귀비는 '양(羊)고기 값이 비싸다(貴)'는 표현과 미녀의 대명사 양귀비(楊貴妃)의 발음이 비슷한 점에서 유래했으며, 우마왕은 사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른 소고기 가격을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에 빗댄 우스갯소리다.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 시(市) 휘발유 가격은 지난 15일 리터당 6.95위안(베이징 95호 표준 기준)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3월의 리터당 6.3위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당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47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배럴당 54달러) 가격이 훨씬 비싼 셈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물가 압력 더 커져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6%가량 떨어지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선을 위협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6개월 이내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선을 넘어설 확률이 2017년 7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유동성 공급→위안화 가치 하락→물가 상승→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후난공상은행은 중국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와 관련해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차례 지준율을 낮춘 데 이어, 이달에도 1%포인트를 추가 인하했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권이 보유한 자금이 시중에 대거 풀리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컨 경영대학원의 시에톈 교수는 중화권 매체 신당런(新唐人)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통화 팽창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부채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면서 "이는 일반 중국인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금융위기 발생 시점을 뒤로 미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