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세]택시비 2만6000원 내고 떡볶이 7000원 어치 먹은 사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9.01.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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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의 맛으로 보는 세상]4회 구로시장 칠공주떡볶이

편집자주 맛있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정보를 나누는 것을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합니다. 저의 미식 경험은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맛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과하게 달거나 맵지 않은 균형 잡힌 음식은 삶의 원동력이자 즐거움입니다. 추억과 정이 깃든 다양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맛으로 보는 세상'(맛보세)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아이디 baeseulbi출처 : 인스타그램 아이디 baeseulbi


2012년. 대선 가도가 한창일 때 정치부에 있었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정치부 기자로 살면서도, 나도 살아야겠기에 살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나만의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 이때부터 방안에 체중계를 치워버렸다. 약속이 없는 날은 내가 좋아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 서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때 먹었던 음식들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느 하루는 떡볶이가 간절하게 생각나는 게 아닌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시장의 '칠공주 떡볶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번 꽂히면 반드시 가야 하는 모난 성격 탓에 약속이 없는 친한 후배를 꼬셔 떡볶이집 탐방을 실행에 옮겼다.



구로시장 '칠공주 떡볶이'는 너무 달지 않고, 맵지도 않다. 어릴때 먹던 옛맛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몇 안되는 균형 잡힌 떡볶이 집이다. 쌀로 만든 떡이 아닌 쫄깃쫄깃한 밀가루 떡을 쓰는 등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한번 여기 떡볶이를 맛보면 다른 가게 떡볶이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집이나 직장이 구로구와 멀어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후배와 여의도 국회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구로시장으로 향했다. 택시비가 1만3000원 가량 나왔다. 구로시장 칠공주 떡볶이는 1인분에 2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둘이서 떡볶이 2인분(4000원)에 만두(1000원), 어묵(1000원)과 꼬마김밥(1000원)까지 시켜 배 부르게 먹고도 7000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추가로 더 먹으려 했지만 배가 불러 더 이상 주문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분좋은 배부름 속에 바쁜 오후 일정이 있어 곧바로 택시를 타고 국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택시비는 1만3000원 가량 나왔다. 그런데 같이 동행한 후배가 갑자기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누가 떡볶이 7000원 어치 먹으려고 택시비를 2만6000원이나 내요?"라고 물으면서다. 얼핏 생각해보면 바보 같은 짓이다. 한동안 '떡볶이 7000원 어치 먹으려 택시비 2만6000원 낸 무용담'이 회자됐다.

하지만 택시비를 2만6000원이나 내고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의 맛이었다. 후배도 간 만에 정말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다고 만족해 했다. 지나치게 단 것을 많이 넣거나 매운 떡볶이 틈바구니 속에서 이렇게 옛 맛을 꾸준히 유지해온 떡볶이집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칠공주 떡볶이는 일곱분의 아주머니가 40년 전부터 구로시장 한자리 모퉁이에 자리를 잡아 떡볶이를 판 것이 시초다. 지금은 여섯 분만 남아 장사를 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칠공주떡볶이로 불린다. 여섯 할머니 모두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조리법이 같아서인지 여섯집 모두 비슷한 맛을 낸다. 구로시장 칠공주 떡볶이집에 처음 방문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여섯 집 중 빈 곳에 자리를 잡고 떡볶이를 주문하면 된다. 칠공주떡볶이가 오랫동안 영업해 후대까지 옛날 떡볶이 맛을 변함없이 전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 인생의 소울 푸드 떡볶이. 가래떡을 뭉텅뭉텅 썰어 넣은 쌀 떡볶이부터 밀가루 떡볶이, 즉석 떡볶이까지 모든 떡볶이를 사랑한다. 다만 개인적으론 쌀떡 보다는 밀떡의 쫄깃한 식감을 더 좋아한다.

초등학교에 다닐때 학교 앞에서 출출함을 달래주던 떡볶이와 어묵의 추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른이 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맵지 않은 균형 잡힌 떡볶이 맛집들을 앞으로 소개할 기회가 있겠다.

[맛보세]택시비 2만6000원 내고 떡볶이 7000원 어치 먹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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