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더 어려워" 日, 대신 사표 내주는 회사 성행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1.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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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내면 퇴사 의뢰자 대신 사무절차 밟아… 구인난 심한 업종서 이용자 많아

'당일 퇴사' 등을 내세운 퇴직 대행사 'SARABA'의 광고'당일 퇴사' 등을 내세운 퇴직 대행사 'SARABA'의 광고


일본에서 사표를 대신 내주는 '퇴직 대행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의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퇴사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눈치 보이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퇴직 대행 서비스가 확산된다는 기사를 통해 한 업체 이야기를 소개했다. 2017년 5월 창업한 'EXIT'(엑시트)는 3만(단기직)~5만엔(정규직, 약 50만원)을 받고 요청한 사람의 퇴직에 필요한 사무 처리를 대신해준다. 사무 처리란 퇴직 의사 전달 및 기숙사 퇴실, 퇴직금 처리 등을 뜻한다.



싼 가격이 아니지만 지난해까지 1500건 넘는 의뢰인의 퇴직을 처리했다. 보육업, 간호업, 서비스업 등 일손이 모자란 업종에서 특히 이용자가 많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퇴직 대행업이 호응을 얻는 이유는 구인난으로 퇴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이 직원들의 퇴직 의사를 회사가 인정하지 않고 사직서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IT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일본에선 퇴사를 배신, 근성없는 행동으로 여기는 면이 있다"면서 "회사를 그만두려면 수차례 면담, 비난, 회유 등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것도 '상사를 만나지 않고 퇴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직의 어려움은 통계에도 반영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7년 이직희망자 820만명 중 실제로 이직한 사람은 270만명에 그친다. 또 노동국에 접수된 퇴사 관련 상담 건수는 2017년 3만8954건으로 해고 상담보다 17%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는 반대로 해고 상담건수가 퇴직 상담의 4배가 넘었다.

퇴직 대행업이 인기를 얻으며 동종 업체는 30여곳까지 늘어났다. 손해배상, 퇴직금 등 분쟁 관련한 법적 서비스까지 더해 이 일을 시작한 변호사도 있다.

EXIT의 오카자키 유이치로 공동창업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퇴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이런 서비스가 필요 없는 때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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