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후원의혹' 황창규 KT회장 '기소의견' 검찰에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19.0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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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7년, 여야 의원 99명에 4억여원 후원 혐의…警 "회장 지시 의심, 카드깡 통해 법인자금 현금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4월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했던 모습. / 사진=홍봉진 기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4월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했던 모습. / 사진=홍봉진 기자


경찰이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검찰에 넘겼다. 쪼개기 후원으로 KT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판단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양벌규정에 따라 KT법인도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KT 전·현직 홍보·대관 임원은 황 회장의 지시를 받아 2014~2017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등 국회의원 99명 후원회에 법인자금 4억3790만원을 불법후원한 혐의다.

미방위가 통신 관련 예산 배정·입법을 다루는 만큼 KT가 관리 차원에서 해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경찰은 KT 임원이 법인카드로 물건(상품권)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했다.

KT 임직원 29명은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빌려 36명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에 쪼개기 후원을 했다. 1인당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의원실에 후원금을 내, 의원실 기준 최대 1400만원까지 KT 측에서 후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9명 가운데 대부분을 회사 차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보고 임원급 일부만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과정에서 일부 임원은 불법 후원 과정에서 황 회장의 지시가 있다고 진술했지만, 황 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KT 불법 후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해 1월 31일 KT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황 회장 등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경찰은 불법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들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기부금의 불법성을 알고 돈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유료법안 합산규제 논의가 이뤄지던 시기에 후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등 정황은 있지만 그런 사실 만으로 대가성을 맞추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뇌물로 보기 위한 입증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밖에 이번 수사에서 확인된 정치자금 후원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사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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