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소년시절'로 가작에 당선된 길상효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한 길상효(49) 작가의 작품 '소년시절'은 이번 수상작들 가운데 비교적 덜 SF적이다. 공상과학소설에서 '공상'을 뺀 '과학소설'이란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소년시절'에는 우주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사가 된 주인공과 그의 동창인 천재 뇌과학자, 의문의 과거를 지닌 소년 등 서로 다른 뇌를 지닌 이들이 나온다. 사이코패스와 외계인의 뇌라는 설정을 통해 '신경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소년시절'로 가작에 당선된 길상효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여러 권의 어린이 그림책을 냈지만 그 보다 긴 호흡의 소설을 정식으로 집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전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돼 청소년 드라마 '공룡 선생' 극본 집필에 참여했고, 해외 그림책과 청소년 소설 번역 활동을 꾸준히 한 것이 '필력'의 원천일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길 작가는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시험기간도 예외 없이 원고를 써야 했다"며 "눈물 없이는 받을 수 없었던 선배 언니들의 무서운 첨삭 아래 힘들게 써내려갔던 글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남들에겐 어렵기만 한 과학이 길 작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어려서는 동화보다 생활도감과 어린이 과학도서를 많이 읽었고 인형보다 공룡을 좋아했다. 대학에선 세라믹공학을 전공했다. 남동생도 남편도 공대 출신이다. 대학생 아들까지 공대에 진학한 공학도 집안이다.
사실 길 작가는 중학생 때 인생영화 'E.T.'를 만나면서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 집안 반대로 영화학도 대신 공학도가 됐지만 졸업 후 영화학 석사를 수료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극본 등 다양한 글쓰기를 이어갔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시정지됐던 글쓰기는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재생 버튼이 눌렸다. 그림책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골목이 데려다 줄 거예요', '최고 빵집 아저씨는 치마를 입어요', '점동아, 어디 가니?' 등 일상의 소재를 차별화된 시선으로 풀어낸 그림책들로 주목받았다.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소설 '소년시절'로 가작에 당선된 길상효 작가. /사진=김창현 기자
"비과학, 미신, 유사과학 등도 과학 범주에 있다고 봐요.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틀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이 세상 자체가 과학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러니 과학과 비과학을 포함한 모든 게 과학의 영역이고, 미신 같은 비과학 소재도 다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늦깎이 과학소설 작가지만 주부, 엄마, 학부모로 살아온 시간만큼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들을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풀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붙었다. 길 작가는 "100년 뒤 대입제도를 그려보거나 미래의 육아는 어떤 모습일지 등 나의 경험을 다르게 쓰려 했던 소재들을 SF로 전환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공했던 신소재 분야나 영화, 야구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서 글감을 찾을 거 같아요. 그림책과 번역 작업도 꾸준히 할 겁니다. 저 역시 이제 막 SF를 공부하기 시작한 만큼, 이 장르를 낯설어하는 독자들에게 장르의 중심부에 다가갈 수 있게 돕는 'SF 입문서' 같은 작품을 쓰고 싶어요. 미래 또는 지구 밖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엔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써 나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