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이식을 위한 장기는 동종장기, 이종장기, 인공장기로 나뉜다. 이중 이종장기는 특수하게 개발한 동물의 조직·장기를 사람 또는 다른 종의 조직·장기로 쓰는 것이다. 면역거부반응이 심해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머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앞으로 3년 안에 실제로 환자에게 면역거부반응이 낮은 각막, 피부, 인대 등의 조직과 췌도 등의 내분비기관 일부를 이식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실제로 가천대길병원은 올해 처음으로 저혈당 수반 1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앞뒀다.
임신기간이 평균 114일로 짧고 한번에 5~12마리의 새끼를 낳아 장기 획득 측면에서 유리하다. 인간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낸 동물이어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염원을 보유할 가능성도 낮다.
이밖에 면역거부반응을 최대한 낮춘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는 32일 이상,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50일 넘게 생존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 지금의 라식수술처럼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거부반응·간염 위험’ 풀어야 할 숙제=이종장기의 최종 목표는 돼지의 심장·신장과 같은 고형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면역억제기술이 모두 동원된 형질전환 돼지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간·폐의 이종이식은 발전이 더디다. 항체 중심의 거부반응과 혈액 응고가 심한 장기의 특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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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숙제는 이종간 감염병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돼지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면 돼지들이 지닌 레트로바이러스를 옮길지도 모른다. 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침팬지로부터 퍼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전자(DNA) 편집기술인 크리스퍼유전자가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 ‘돼지 각막’ 판매 허가…일본 ‘이종이식’ 허용=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지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이종장기 이식시장 규모는 약 452억달러(약 50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각국의 주도권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껏 동물세포·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 일본은 최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허용’으로 돌아섰다. 중국은 2015년 돼지 각막 판매를 허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이종장기이식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한국은 신약, 정밀의료 등 바이오·헬스 R&D(연구·개발)을 혁신성장 1순위 전략분야로 꼽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질적 규제개선”을 강조하면서 이종장기 관련 법·제도 기반이 곧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측은 “정부가 돼지 각막·췌도를 세포치료제로 간주키로 방침을 세우면서 조만간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