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8만 가구 더 불러놓고"… 현실은 '갈팡질팡'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1.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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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을지면옥 철거논란에 '사업 재검토'… 원칙 어디로? 자치구들과 협의도 미진

편집자주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 8만 가구’ 추가 공급 계획이 시작부터 갈팡질팡이다. 도심 고밀개발 대표지역인 세운3구역이 노포(老鋪) 철거 논란에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다. 공급 목표치는 높여놓고, 정작 정책 일관성은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택지로 발표된 자치구들과도 곳곳에서 충돌이다. 임기 내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혁신방안 및 세부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혁신방안 및 세부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쪽 말만 듣고 재개발 계획을 뒤집는데 서울시 정책을 믿을 수 있겠어요?"

을지로 노포(老鋪) 철거 논란에 서울시가 세운3구역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자 구역 내 한 토지주는 "박 시장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운3구역은 서울시의 도심 주거 고밀개발사업지 중 하나로 지난달 말 주거비율을 60%에서 90%로 높이는 방안이 적용됐다.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주택 입주물량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박 시장의 한마디에 사업이 다시 좌초할 위기다.



시가 지난달 야심차게 발표한 8만 가구 주택 추가 공급 계획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초 공개한 공적임대주택 24만가구 더해 새롭게 추가된 목표치지만, 세운3구역의 사례만 봐도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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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가구라는 추가 목표량이 임기 내 성과에 치중한 '무리한 목표'라는 비판부터 나온다. 박 시장 부임 첫 해인 2012년 이후 2017년까지 6년간 서울시의 임대주택 공급실적은 약 13만가구. 이번에는 추가 공급계획까지 5년(2018~2022년)간 32만 가구를 목표로 잡았다. 기간은 짧지만 공급량은 2.5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초 24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서울시 내부에선 부지 확보와 예산 등 가용 대책을 모두 강구했다는 말이 돌았다. 5년간 공공주택 예산으로 5조169억원(국비 1조5499억원, 시비 3조4670억원)을 편성하고 이와 별개로 2조원규모의 시민펀드도 조성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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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는 추가로 8만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면서도 정작 재원마련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시유지가 많아 별도의 토지 보상이 없어도 건축비 등 예산이 상당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부채가 대폭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부 사업추진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도로 위 아파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구간 상부에 길이 500m, 폭 50m 덮개를 씌워 약 2만5000㎡ 인공부지를 만들고 아파트 1000가구와 문화·체육시설을 짓는데 공사 과정에서 교통체증과 소음, 분진, 진동에 따른 민원이 불가피하다. 일반 건축 방식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대중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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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7000㎡)과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5만2795㎡) 부지는 워낙 땅값이 비싸 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입주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강서구 서남 물재생센터 부지도 주민들이 공공주택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와 강동구 신혼희망타운 부지도 반대 민원이 들끓는다. 창동 성대야구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계획도 도봉구가 공식 반대했다.

도심 고밀개발을 통해 3만5000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쉽지 않은 과제다. 서울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상업·준주거 지역에 공공주택 건립시 용적률을 완화해 1만6800가구를 공급하겠단 계획이나 불확실성이 크다. 부동산경기 둔화로 민간참여가 낮으면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역세권 활성화(1만7600가구)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 계획은 기존 역세권청년주택 사업과 중복되는 곳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공급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서울 시내 그린벨트를 신규 해제하면 그 지역 땅값이 곧바로 뛰고, 이후에 강남 땅값은 더 오른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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