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소환 D-2' 檢 조사·안전 등 준비작업에 만전

뉴스1 제공 2019.01.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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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입·블랙리스트 등 혐의 방대…추가 소환 불가피
전 사법부 수장 고려한 예우…안전 조치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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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 조사를 앞두고 혐의를 뒷받침해줄 증거를 다지며 안전대책 등 각종 소환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도 이미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 최초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는 만큼 혐의도 많아 검찰 조사는 당일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 개입·판사 블랙리스트·비자금 조성 등…방대한 혐의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방대하다. 검찰은 앞서 사법농단 의혹의 키맨으로 꼽혀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소하며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보고체계상 임 전 차장의 혐의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분리 적용됐다가 양 전 대법원장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혐의에 있어선 임 전 차장의 공범을 넘어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재판 개입, 사법행정 반대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협조를 위해 당시 청와대가 관심 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의 재상고심 주심이던 김용덕 전 대법관이 재판연구관에게 기존의 승소 판결을 뒤집을 논리를 만들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 확정시 국제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청와대가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소송 지연을 원하던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등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회원들에 인사상 불이익 검토,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유용 등에 관여했는지 등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임 전 차장 등을 통하지 않고 파견 판사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 관련 평의 내용 등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파악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 등을 확보해 이와 관련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피의자지만…사법부 전 수장에 맞는 예우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이지만 사법부의 전 수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예우를 갖출 계획이다.

당일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에 도착한 뒤 입구에서 취재진에게 간략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사법농단 수사팀을 이끌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조사 전 약 10분간 티타임을 갖고 조사 취지와 방식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15층 조사실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된다. 앞서 검찰에 소환됐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조사는 수사팀에서 실무를 담당해온 부부장 검사들이 번갈아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등 혐의별로 신문하게 된다.

혐의가 많은 만큼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밤샘조사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것을 고려, 양 전 대법원장이 원하지 않을 경우 밤샘조사는 피할 방침이다.

◇소환 당일 집회 예고…안전 대책에 만전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고조됐고 최근에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화염병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당일 일부 시민단체가 집회를 신고한 상황에서 검찰은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각종 안전 대책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안전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지난해 이 전 대통령 소환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전면 통제됐다. 서초역 방향으로 연결되는 서문은 완전히 폐쇄됐고 서울중앙지법 방향 동문으로 사전에 허가 받은 인원만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받은 후 청사 안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밤샘조사를 거부할 경우 1~2차례 추가 소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가 소환이 이루어진다면 검찰은 2번째 조사부터는 안전 등 상황을 고려해 비공개 소환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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