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호황 日, 구인난 때문에 파산한 기업 20%↑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1.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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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력부족 관련 문제로 파산한 기업 362개…
"사람 못 찾겠다" 66%↑·"인건비 감당 안돼" 71%↑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할 사람 찾기가 힘들어 파산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도 구인난으로 인해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닛케이아시안리뷰가 도쿄쇼코리서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력난과 관련한 문제로 파산한 일본 기업 수는 362개로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2015년 한해 파산 기업 수(340개)를 넘은 것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최고치이기도 하다.



이중에는 회사를 유지할 만큼 직원을 뽑지 못해 문을 닫은 곳이 53개로 전년보다 66% 증가했고, 남아있는 직원을 지키자니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곳도 24개로 71% 늘었다. 나머지는 사업을 승계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경우였다.

도쿄쇼코리서치가 분류한 10개 사업 분야 중 6개 분야에서 인력난으로 인한 파산 기업이 골고루 증가했다. 유통 및 서비스 분야는 3년 연속 늘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레스토랑 같은 외식업, 노인 요양시설, 트럭 배송회사 등으로 조사됐다.



도쿄쇼코리서치는 인력 문제로 인해 올해 전체 파산 기업 숫자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전체 파산 기업수는 11월까지 7613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하며 10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들도 일손 부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일본 항공업이나 금융업 기업들은 2017년부터 수천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인력 공백 메우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기업들은 무인 점포를 선보이는 등 무인 시스템화를 통한 인력난 돌파에도 나섰다. 앞서 2017년 4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편의점업계도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나가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무인점포를 구축해 100만개 일자리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1974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 '취업 천국'이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업무 부담이 적고 급여가 많은 직장으로 옮기려는 기존 직원도 지키느라 고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실업률 2.2%로 26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으며, 이후 10월 2.4%, 11월 2.5%로 소폭 늘었다. 일본 총무성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 실업률이 소폭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구인난이 심해지자 지난달 10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34만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이민 국가'로의 전환까지 선포했다. FT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성장에 한계가 있어 기업들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무인 시스템 등 IT(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성장 방법을 택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통적인 업체들이 도태되고 소수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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