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1위는 '헬스'…정작 트레이너는 골병?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2019.01.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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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헬스장 최대 성수기…프리랜서 신분에 트레이너, 업무환경 열악 '사각지대'

헬스장 러닝머신 /사진=머니투데이DB헬스장 러닝머신 /사진=머니투데이DB


매년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더라도 도전은 계속된다. 새해가 되며 다이어트를 다짐하는 사람들이 몰려 전국의 헬스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너도나도 몸만들기에 한창이지만 정작 이를 도와주는 헬스 트레이너들의 근로실태는 열악하기만 하다.

7일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부터 31일까지 이용자 19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새해 목표 1위로 '건강과 균형 있는 몸매를 위한 운동'(34%)이 꼽혔다.



실제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은 1월에 많이 증가한다. 회사원 윤주원씨(34)는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하려고 회사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다"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헬스장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1월 개인트레이닝(PT)을 받는 회원 수는 평소 다른 달보다 최소 3~4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상당수 트레이너들이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등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트레이너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헬스장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 일정액의 기본급에 본인이 진행한 PT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8년째 트레이너를 하는 이모씨(29)는 "기본급은 보통 80만~100만원 선에서 설정되고 나머지는 매출 대비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라며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는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사실상 헬스장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업체 측에서 출퇴근 시간을 강제하고 PT 할당량을 강요하면 '을' 처지인 트레이너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4대 보험과 퇴직금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다. 개인사업자라는 특수성에 따른 사각지대인 셈이다.

과중한 근무로 일부 트레이너들은 몸이 상하기도 한다. 3년째 서울 강남 지역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강모씨(27)는 "기본 근무시간을 3~4시간으로 계약하지만 실제로는 기본 9~12시간인 경우가 다반사"라며 "매출 구간별로 인센티브가 달라지기 때문에 팀장이 정한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에 15시간 이상 근무를 할 때도 있어 몸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임현진 노무법인 예화 노무사는 "실질적으로 트레이너들이 근무하는 것을 보면 정해진 시간에 나와 관장이나 팀장 등에게 종속된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이 트레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만큼 4대 보험 등에 처음부터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헬스장과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은 트레이너도 사업주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사업주 측은 안정적인 헬스장 운영을 위해 이런 계약 형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협회장은 "헬스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트레이너가 월 200만~250만원 정도는 가져가기 때문에 잘못된 계약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트레이너가 하루 9명(1명당 1시간 기준)의 PT를 한다고 가정하면 9시간 동안 자기 업무만 보기 때문에 관장들은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협회장은 "일부 최저임금이 안 지켜지는 곳들도 있다고 해서 협회 차원에서 최저임금 이상 줄 수 있도록 하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있다"며 "트레이너도 관장도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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