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에 화환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진료 중 환자에게 흉기로 찔려 사망한 고(故) 임세원(47) 교수의 동생 임세희씨가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임씨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병원에서 확인해 준 팩트는 오빠가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도망쳐' '112 신고해'라고 말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 영상을 아마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고인이 평소 부모님에게 충실했던 효자이자 좋은 아빠였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굉장히 바쁜 사람인데도 2주에 한 번은 꼭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며 "곶감과 굴비를 주문해서 택배로 보내고 맛있으면 더 사드리겠다고 했던, 저는 따라가지도 못하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임씨는 "제가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고 정신없듯이 아이들과 언니는 더 큰 낯설음이 있지 않을까"라며 남은 가족들을 걱정했다.
하지만 임씨는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향한 혐오가 퍼지지 않기를 바랐다. 임씨는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우리 오빠처럼 이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위도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동시에 원한다"며 "그래서 이 힘든 직업을 선택했고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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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범행 동기에는 "듣지도 않았고 질문하지도 않았다"며 "아마 그분(피의자)은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된 고 임세원 교수의 빈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차려진 빈소는 침통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쯤 자신이 진료하던 박모씨(30)에게 살해당했다. 박씨는 진료 도중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놀라서 몸을 피하다가 복도에서 넘어진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곧장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7시30분쯤 숨졌다. 임 교수는 급박한 순간에도 간호사들에게 피할 것을 알리고 이들의 대피 여부를 확인하는 등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폐쇄회로화면)상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씨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박씨는 영장심사 출석 당시 취재진이 "왜 죽였나", "유족에 할 말이 없나" 등을 묻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르면 이날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