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공기관 낙하산에도 급이 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12.2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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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떨어져도 정치권 인맥 바탕으로 기관 이익 챙길 수도...이마저 없는 기관장들 수두룩해 문제

[기자수첩]공공기관 낙하산에도 급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하늘은 낙하산으로 뒤덮인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 가운데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기관장이 되면 다행이다. 그런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에서 무위도식하던 인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를 꿰찬다.

물론 공공기관 직원들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무조건 꺼리지는 않는다. ‘아는 것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많다’고 하면 환영하기도 한다. 정치권과 맺은 인맥을 활용해 자신이 맡은 기관의 이익에 충실하게 ‘고공 플레이’를 잘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꽂힌 전직 양대노총 위원장들이 그렇다.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정부안보다 59억원 늘어난 운영지원 예산을 챙겼다. 공단의 숙원사업인 강릉 연수원 계획도 예산안에 끼워 넣었다. 이석행 폴리텍대 이사장도 정부안보다 26억원 많은 운영지원 예산을 따냈다. 인력양성·장비확충 예산도 51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동안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힘에 밀려 교수·관료 출신 기관장이 손대지 못한 지역 캠퍼스 구조조정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년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이들은 많지 않다. 다수는 고액의 급여만 따박따박 받다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며 사라진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의 경우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연구비 의혹이 제기되자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사표를 던지고 도망쳤다. 책임감은 제로였다. 라돈침대 등 생활방사선 문제가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동안 원안위는 2달 가까이 수장 공백으로 혼란을 겪었다.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도 KTX 강릉선 탈선 등 안전사고가 빈발하던 지난 11일 사퇴의사를 밝히고 잠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철도사고 대책을 위한 현안질의 회의를 열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사태수습은 팽개쳐도 사건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는 게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자세였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강정민, 오영식이 앞으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변호사시절 사무장부터 팬클럽 카페지기까지 아무런 연관 없는 공공기관에 들어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전문성이 없으면 책임감이라도 갖고 일했으면 한다. 그게 임명권자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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