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로 사회, 대안에서 희망으로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9.01.0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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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 시작됐다-①]탄소제로는 비용 아닌 투자…기후환경변화와 경제성장 두 토끼 쫒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대륙의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머니투데이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대륙의 빙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료사진=머니투데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어야 한다.”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내린 결론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내뿜으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 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기존 경제와 사회 체제를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 도전의 여정이다.

◇탄소제로 사회, 선택 아닌 필수=‘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탄소제로란 배출한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을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순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EU는 지난해 11월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기후중립국’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유럽 전체의 탄소 배출량과 탄소 포집량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 2050년부터는 유럽에서 더 이상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탄소제로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제로 사회, 대안에서 희망으로
우리나라 역시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항목이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2030년에 배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망치보다 37%(5억3600만톤) 줄이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 부문별 에너지 이용효율 제고, 산업공정 개선, 친환경 원료와 연료로의 대체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기·수소전지차 보급 확대,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선박·항공기 연료효율 개선 등도 주요 추진 과제다.

◇강화된 환경규제, 산업분야 혁신 동력으로=그동안 세계 각국은 도쿄의정서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해 왔지만 당연히 수반됐어야 할 에너지, 경제, 산업, 사회 구조 전환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단순히 비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도쿄의정서를 대신할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둔 현 시점에서 EU 등 선진국들은 이미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을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탐색의 계기로 인식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99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일찌감치 “높은 수준의 환경규제와 잘 설계된 환경정책은 기업에게 혁신 자극이 돼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포터가설’이다.

화석연료 기반 사회경제 체제에서 만들어진 가설이지만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기에 더욱 유효하다. 즉 이제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국가 경제성장의 동시달성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2020년 파리협정으로 대표되는 신기후체제가 들어서면 환경규제의 폭이 넓어지고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 결국 생산자는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인 롤렌드버거(Roland Berger)는 2020년 전기동력차 수요가 660만대에서 2025년에는 249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가들의 생산 기술이 신기후체제에 따른 환경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경규제가 수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제로, 기후변화와 경제성장 두 토끼 잡는다=최근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 트렌드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 양립 가능하고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난해 IPCC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연평균기온의 상승 폭이 산업화 시기(1850~1900년)와 비교해 1.5도 이하가 되기 위해선 전 세계 국가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2050년까지 1차 에너지의 50~65%와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2035년까지 최소 매년 2조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투자는 기술 혁신은 물론 기업경쟁력과 국가의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2010년 유럽기후재단이 내놓은 ‘저탄소 유럽 로드맵 2050’ 보고서는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은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분야의 전환을 통해 2050년까지 GDP 대비 에너지 비용이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매년 3500억 유로가 절감되는 것으로 유럽에서 한 가구 당 1500 유로 규모의 수입이 느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약 30만~50만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전성우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탄소배출량을 줄였는데도 경제성장률은 오르는 디커플링 현상이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탄소제로 사회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산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제도적·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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