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법정공방 1라운드, 어떤 주장 오갔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8.12.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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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증선위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서 분식 여부 및 징계 적법성 공방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심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단 김의환 변호사(왼쪽)와 증권선물위원회 변호인단 김정호 변호사가 19일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상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심문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과 관련한 첫 법정공방의 결론이 빨라야 내년 1월에나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19일 오전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에서 "빠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초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 인용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당사자 심문은 이날 첫 심문으로 종결됐다. 삼성바이오 분식여부를 둘러싼 민·형사 및 행정 등 일련의 법적 분쟁들 중에서 제1라운드의 결론이 곧 나온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27일 △재무제표 재작성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을 통한 외부감사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등 내용의 증선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동시에 이 처분들의 효력을 본안소송 판결 선고 이후까지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효력정지 가처분은 행정처분 집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법원이 결정하는 사항이다. 본안소송과는 어디까지나 별개다. 그러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자체는 해당 처분이 위법할 가능성이 있어야만 인용될 수 있다.



이날 심문에서도 삼성바이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증선위는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각각 대리인으로 내세워 행정처분 효력정지의 필요성 여부은 물론이고 실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이날 심문이 사실상 준(準) 본안재판의 첫 변론이었던 셈이다.

◇실제 회계분식 있었나
이날도 분식회계와 관련한 2가지 쟁점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앞서 증선위는 2012년~14년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지배하고 있음에도 삼성바이오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공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2015년이 돼서야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주식을 공동지배로 변경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는 에피스가 자가면역 치료 관련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대한 임상 3상을 마치고 판매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서 주목을 받던 때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처리하고서도 4조5000억원 이상의 자산가치 상승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바 있다.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가 '단독지배'인지 '공동지배'인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2015년말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가치 급증으로 기업가치가 덩달아 오르는 것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2012~14년에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산업의 불확성이 컸기 때문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지도 불확실했다는 점 △2015년이 돼서야 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3상 종료, 주력 제품의 판매승인 등을 계기로 가치가 올랐고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이 때문에 2015년에서야 에피스 주식에 대해 공정가치로 평가했을 뿐이라는 점 등을 주장했다.

또 "증선위와 (삼성바이오 감리를 수행한) 금감원 등의 회계기준 해석은 회계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견강부회(주장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논리를 끼워 맞춘다는 의미) 격"이라며 "삼성바이오 사례를 엔론 등의 분식 이슈와 연계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했다.

이에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이 아니라 2012년에 에피스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실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있었던 계약 조건이었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에피스 기업가치가 주목받기 전인 2012년에 에피스 지분을 공정가치로 평가했다면 삼성바이오가 2015년 이후 4조원 이상의 자산가치 상승 이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선위 측은 '2012~14년 기간에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서 에피스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2012년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2015년에 판매 승인을 얻어 2016년부터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불확실성이 커서 공정가치 평가시점을 2015년으로 늦췄다는 삼성 측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삼성 내부문건' 논란 부각
행정처분 효력정지의 긴급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이어갔다. 삼성바이오 측은 "증선위 처분대로라면 2012년 이후의 재무제표를 전면 재작성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 공신력이 완전히 붕괴되는 등 불안정성이 커진다"며 "대표이사 해임 등이 현실화되면 회사의 집행·의사결정 기관의 공백으로 혼란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 회복 불능 손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증선위 측은 "재무제표 재작성으로 기업은 단지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는 손해만 입을 뿐이지만 기존 재무제표가 그대로 유지되면 그에 기반한 신규 투자자 양산 등 피해가 확대되고 회계질서가 문란해진다"며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은 법인(삼성바이오)이 아닌 제3자의 손해일 뿐이다. 금전적 보상이 가능해 회복불가능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심문에서는 또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이 문건에 담겼다고 봤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가치를 부풀리는 과정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긴밀히 협의한 정황이 담겼다는 게 증선위 주장이다.

이에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재무 실무자들이 삼성 그룹에 단순히 보고하고 논의한 차원에서 작성된 문건일 뿐 의도적 분식을 하겠다는 등 내용은 없다"며 "증선위 주장은 문건 중 일부 문구만 떼내서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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