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산업연구원
16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국의 국민계정상 총고정투자는 전년동기대비 6.6%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7.0%)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국내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약세 지속 △제조업 내수 부진의 지속 △제조업 내 업종간 불균형 구조 심화 3가지를 꼽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사(社)가 발표한 글로벌 전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는 9월 52.8로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보호무역 기조 확산 등으로 실물교역 활동이 위축되고, 전세계 경기 흐름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특히 제조업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 제조업생산은 올 1분기를 제외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요처를 보면 수출보다도 내수 출하가 상대적으로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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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반도체 등 일부 소수 IT업종의 투자는 확대되고, 조선 등 운송장비 업종의 투자는 축소되는 불균형 구조가 최근 전체적인 투자 부진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가 14.6% 대규모로 증가했던 건 반도체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집중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의 투자 변동이 전체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올해는 지난해만큼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전체 투자가 부진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자동차, 조선 등 운송장비 업종은 구조조정이나 업황부진 등으로 지난해 투자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 업종의 투자 부진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대외 불확실성 해소 여부 △제조업 내 공급과잉 완화 여부 △해외투자 둔화 및 외국인투자 유입 지속 여부 △민관 투자계획 효과의 발현 여부 등에 따라 설비투자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중 통상마찰 심화,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 기조 확산, 브렉시트 협상 결과,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을 높일 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은 만큼 대외 여건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공급과잉 문제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투자조정압력이나 제조업 재고율 등 일부 지표상 공급과잉 문제가 일정 부문 해소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과잉 문제 해소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