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노란조끼는 '기름' 아닌 '평등'을 원한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8.12.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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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는 '노란조끼']②-1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편집자주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은 결국 마크롱 대통령을 국민 앞에 서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제2, 제3의 노란조끼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조끼'를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MT리포트]노란조끼는 '기름' 아닌 '평등'을 원한다


프랑스 '노란 조끼'(gilets jaunes)는 흔히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안에 반대하는 시위로 알려져 있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프랑스 국민들은 왜 부유층에 증세하는 '부유세'가 아니라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유류세'여야만 하냐고 반문한다. 시위의 본질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년간 심화해온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에 있다. '노란 조끼'가 보편적 가치를 띠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유다.

먼저 유럽의 경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후 유럽의 경제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국가들이 긴축과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한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는 5배 수준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새 정치에 희망을 걸었다. 만 40세의 정치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 개혁을 약속하며 프랑스 헌정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증세와 고용 유연화를 추진하며 10여 년간 1%에 머물던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부동산, 주식, 보험, 사치품 등 자산 전반에 적용되던 부유세를 부동산 한정으로 축소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빈축을 사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유류세 인상안 전면 폐지에 이어 월 최저임금을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하는 등의 파격 조치를 내놓으면서도 부유세 강행 의지는 꺾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오는 15일 노란조끼 시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다. 급진좌파 프랑스공산당(PCF)의 파비앙 루셀 사무총장은 "'부자들의 대통령'은 흔들리고 있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그의 비호 아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은 결국 우리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연대노총은 "부의 재분배에 대한 질문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이 드디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전국자율노동연맹(UNSA)측의 입장을 비롯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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