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개정 비판…전문가들 "활용 어려운데 대상만 확대"(종합)

뉴스1 제공 2018.12.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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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13일 전문가 선진법제포럼 개최…의견수렴
"증권외 분야 늘려 의의…실효성 제고 장치 필요"

박상기 법무부 장관. 2018.8.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박상기 법무부 장관. 2018.8.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 중인 법무부(장관 박상기)가 13일 오전 10시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전문가가 바라 본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선진법제포럼을 개최, 개정안 도입 관련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관련 분야 교수·변호사 등이 개정안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논했다.

선진법제포럼은 각계 전문가들의 경제법령 입법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신속히 법제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결성된 전문가 그룹으로, 이번 포럼은 지난 9월 법무부가 마련한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방안'을 바탕으로 실효적·합리적인 도입 필요성 및 보완 방향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법무부 집단소송법 개정안의 의의와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개정안에서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 집단소송법으로 나아간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소송 절차 등에 불완전한 제한·세부조항의 문제가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과 동일하다. 소송절차의 통일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해 단일 집단소송법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집단소송제 확대는 기존의 증권 관련 외에 집단적 피해발생이 우려되는 Δ제조물 책임 Δ부당공동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 Δ부당 표시·광고행위 Δ개인정보침해행위 Δ식품안전 금융소비자보호법·신용정보법 분야 등에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같은 확대도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고 재판 전속관할·피고측 변호사 선임강제 삭제, 원고측 소송대리인 요건 개선, 법원 통보 및 공고 대상기관 확대, 증권분야 주권상장법인 발행증권 한정 삭제, 다수성 요건 일원화 등의 절차 개선에도 나선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소송제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9.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단소송제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9.1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날 김홍엽 성균관대 초빙교수의 사회 아래 주제 발표로는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서 '집단소송제 개선방안 및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이숭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송해연 대한변협 공보이사가 참여했다.


함영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번 법무부의 집단소송법안은 적용범위를 넓힌데 불과하고, 적용법규 및 세부적용조항의 제한으로 여전히 불완전 하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행 민사소송제도로는 구제받을 수 없는 소액다수 피해자들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고 일반 집단소송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으로는 Δ집단분쟁과 절차주도자의 전문성 확보 Δ제외신고(opt-out) 방식의 실효성 관련 논란 해소 Δ산업화·정보화로 새로 등장한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 법문화·법현실에 어울리는 유연성 있는 열린 시스템 구축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주영 변호사는 "현행 집단소송제 결함이 과연 제대로 시정됐는지,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논의가 부족해 활용 어려운 제도를 대상만 확대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opt-out 제도의 채택만으로 양당사자의 실질적 무기평등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고, 영역별 적용범위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Δ기업 불법행위 입증 증거의 기업 독점으로 인한 승소 불확실 Δ원고측 소송비용 지출 부담 Δ허가절차 등으로 소송 장기화 Δ직업법관 재판부의 거액배상 판결 요원 등을 들며 특히 증거의 편재를 시정하는 특칙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송해연 공보이사 또한 소송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허가결정이나 항고 결정을 단기간에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제한하되, 법무부에서 정량적·형식적 요건 외의 정성적 허가요건을 좀 더 세밀하게 규정한 시행령을 법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법원의 허가요건 간소화가 필요하다 말했다.

또한 입증책임에 대해선 Δ피고에게 정보제공·석명의무 포괄적 부과 후 의무 불이행시 책임 엄격 부과 Δ원고 검증 능력 보완책 마련 Δ이해관계 없는 제3자 전문가 통한 내부자료 조사 및 감정인 동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정선주 교수는 "특별법의 형태가 아니라 민사소송법 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개개인의 적극적인 자기권리 주장을 위해서는 opt-in 방식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opt-out 방식은 예외적인 경우에 인정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숭희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라돈침대 등 집단적 피해사고에 대한 효율적 구제책 마련을 위해 확대 도입될 필요성은 존재한다"면서도 "가해기업에 대한 징벌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막대한 합의금을 주고 조기에 종결하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아울러 "원고측 소송대리인에 의한 집단소송의 남소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소송절차를 악용해 거액의 수임료를 얻으려는 부적절한 소송대리인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변호사들이 기업과 유착해 원고측 대리인을 맡거나, 원치 않는 피해자들까지 분쟁 당사자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기 장관은 이날 포럼에 참석해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 구제를 도모하고 동시에 민사책임의 현실화를 통해 기업의 준법경영 노력을 높이며, 사전규제를 개선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집단소송제가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한 김 의원은 법무부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법무부 관계자 또한 "이번 선진법제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이 보완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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