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의 한주'…부결 가능성 ↑, '노르웨이형' 제안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12.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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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英 의회 표결 이어 EU 정상회의… 합의안 부결 후 국민투표·조기총선 가능성

지난 9일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 표결을 앞두고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국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지난 9일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 표결을 앞두고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국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가 이번 주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내각이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 예정된 데다, 곧이어 EU 정상회의도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며,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EU 단일시장 접근은 허용되는 '노르웨이 모델'을 채택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英 의회 표결·EU 정상회의 줄줄이 이어져
메이 정부는 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도 오는 11일(현지시간) 의회 표결을 강행할 뜻을 나타냈다.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 장관은 9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합의안 없이도 EU를 떠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연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부결 가능성에도 의회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노 딜 브렉시트는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메이 총리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전례 없는 혼란이 우려된다"며 의회에 가결을 요청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영국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EU와 재협상에 나서든가, 2차 국민투표나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재협상은 EU가 거부할 뜻을 분명히 밝혔고, 국민투표와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가 반대하고 있어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영국은 내년 3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전환기를 거쳐 질서 있게 EU를 탈퇴하게 된다.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 이어 오는 13~1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EU는 노 딜 브렉시트를 감수할지, 아니면 다시 협상을 통해 새로운 절충점을 찾아낼지 결정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의회 표결을 연기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 각료들이 의회 표결을 뒤로 미루고, EU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도록 메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英 내각에서 '노르웨이 모델' 등 대안 거론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내각에서는 브렉시트 수정안이 공공연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 측근으로 분류되는 앰버 러드 고용·연금 장관은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EU와 노르웨이 모델의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각 장관이 의회 표결 전 부결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유럽경제지역(EEA)의 일원으로 EU 단일시장 접근이 가능하다. 다만 이민, 농업, 어업 등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EU 법규를 따른다. 사실상 반(半) 회원국인 셈이다.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을 따른다면 협상의 최대 쟁점인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소속의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관리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인 이민자 유입 억제가 어려워 강경파의 반대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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