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주식 532만2666주)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KCGI가 "경영권 위협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일부 증권사를 통해 PEF 등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KCGI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백기사가 돼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그룹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개선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엘리엇의 지분은 1.4%에 불과했다. 엘리엇은 2015년에는 삼성그룹을 공격한 전례가 있다.
재계는 사모펀드 10%룰 완화와 대주주 의결권 3%룰 등 기업 규제 일변도로 흐르는 규제완화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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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 경영권이 안정돼야 투자도 늘릴 수 있는데, 10%룰이 완화되면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만 몰두하게 돼 우리 경제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 경영권 방어를 얼마나 어렵게 하는지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공격 무기는 늘어나는 반면 마땅한 방어수단이 적다는 게 기업의 불만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한국은 M&A(인수합병) 공격수단은 세계 수준으로 갖춰놓고 방어수단은 자사주매입 하나에 불과하다"이라며 "특히 감사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룰은 한국에만 있고, 주주총회 의결 정족수 기준 등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진그룹 사례를 거론하며 "오너 일가가 잘못했으면 그들만 혼내야지 기업을 뿌리 채 흔들어야 되겠냐"며 "반재벌주의와 반기업주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