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진칼 '지분 10%' 턱밑 매입의 비밀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12.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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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바람⑤]사모펀드 규제완화…한국판 엘리엇 탄생 초읽기

[MT리포트]한진칼 '지분 10%' 턱밑 매입의 비밀


외국계 사모펀드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주행동주의가 토종 펀드로 빠르게 확산 되고 있는 것은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종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지분 투자도 이 같은 흐름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KCGI는 한진칼 지분 매입이 시장에 알려진 후 "경영참여목적의 대량보유공시(5% 공시)를 한 이후에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 10%에 근접한 수준까지 투자를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분 10%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펀드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자본시장법 제249조의12에 따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는 다른 회사의 지분을 최초로 취득한 날부터 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이 되도록 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KCGI 관계자는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되던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의무 규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의 지분 9%를 보유하는데 펀드자금의 대부분을 소진해, 당장 투자여력은 떨어졌을 것이다. 또 지분 9%는 참여형 사모펀드가 공시 전에 매입할 수 있는 최대치이기도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사모펀드가 주주권을 행사하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려면 경영참여형으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뉘어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을 처음 취득한 후 6개월 안에 1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규제(10% 룰)를 받는다. 또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금지의 규정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는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 펀드 대비 역차별이 존재했다. 1.4%에 불과한 현대차 지분만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엘리엇 펀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대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걸림돌이 사라지면 사모펀드들이 소규모 지분으로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2일 발의됐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진칼 지분 9% 취득을 공시한 KCGI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 본격화를 위한 토양은 이미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형 사모펀드도 얼리엇과 같은 투자전략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530개에 달한다. PEF 출자약정금액은 68조8203억원으로 2009년 말(20조원)보다 3.4배로 커졌다. 경영참여형 펀드들이 시장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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