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무조건 다친다"…목숨걸고 달리는 배달 청소년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8.12.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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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배달의 청소년 ①] "배달대행 청소년, 사고 나면 오토바이 수리비까지"…임금체불에 사고 보상금까지 가로채는 업주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 주민센터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퀵서비스 노동자 조합원들이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오토바이에 오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설립 보장과 산재·고용보험 적용 등을 요구 했다. 2018.5.9/뉴스1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 주민센터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퀵서비스 노동자 조합원들이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오토바이에 오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설립 보장과 산재·고용보험 적용 등을 요구 했다. 2018.5.9/뉴스1




"무리하게 여러 개를 같이 (가져)가고. 늦으면 욕을 먹잖아요. 그러니까 더 빨리 가려고 하다보니까. 신호, 주위상황 이런 것들을 살필 겨를이 없죠 대행 하면은. 대행이 진짜 사고가 많이 나요." (2018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 연구' 중)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모바일 등 온라인을 통한 음식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조717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늘었다. 추세로 볼 때 올해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확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화 주문 등까지 합치면 음식배달 시장 규모가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음식배달 시장이 성장하면서 음식점에 직접 고용된 배달원 뿐 아니라 배달 대행 종사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10대 청소년들이다. 문제는 배달 대행 종사자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특수고용' 신분이란 점이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들이 사고 위험 뿐 아니라 사고시 책임 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이유다.

◇ "배달대행 청소년, 사고 나면 오토바이 수리비까지"


지난 4월 10대 청소년인 김모군이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하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김군은 면허도 없는 상태였지만, 업주는 김군에게 배달을 맡겼다. 검찰은 업주에게 무면허 고용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와 함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에선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인정돼 30만원의 벌금만 받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4월 펴낸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배달 대행이 나타나면서 (배달원은) 스스로 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돼버렸지만 수익은 개별 배달 건으로 받아 최대한 빠르고 많은 배달을 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소위 말하는 '전투콜' 배달 대행의 문제가 등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빠른 배달을 요구받는 배달 대행 종사자들은 필연적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10대부터 배달 일을 해온 박모씨(23)는 "(배달을 하다보면) 한 번씩은 무조건 다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달서비스 등 업무용 오토바이 사고 발생에 대한 23개 의료기관 응급실 환자를 심증조사한 결과, 배달서비스 오토바이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15.2%가 15~19세 청소년이었다. 청소년들은 사고가 나도 사회·경제적 이유 등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제 사고가 난 청소년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입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집이나 학교에 말하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달 대행 청소년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기 힘들다. 배달 대행은 특수고용형태로, 근로자보다 자영업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업체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지만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져야 한다. 김광민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은 "사고가 나면 1차적으로 사고를 낸 본인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배달원이 책임을 지는데, 배달 대행의 경우 오토바이를 빌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수리비까지 배달원이 책임진다"며 "근로시간 역시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돼 청소년이 하루 12시간씩 일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무조건 다친다"…목숨걸고 달리는 배달 청소년들


◇ 임금체불에 사고 보상금까지 가로채는 업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배달 일을 하는 것은 마땅한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면서도 배달 대행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배달앱, 아르바이트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설문조사 결과 배달 아르바이트 부대비용 중 수리비, 손실·반품 항목 중에서 10명 중 3명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10대 배달 아르바이트 근로자 집단에서 본인(전부, 일부) 부담이 높은 것은 수리비, 손실·반품에 대해 고용주가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재민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본 음식배달 노동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10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로 음식 배달을 지원하는 경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공고에 제시한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채용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임금체불을 하거나 심지어 교통사고로 받은 보상금을 일부 가로채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런 일을 당하는 10대 대부분이 노동법을 잘 모르고 부당한 일을 경험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항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청소년 배달원들의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근로자들은 오토바이 기종을 변경하면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바퀴가 세개 있는 오토바이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는 오토바이 사용 등이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수형태 근로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고용된' 지위를 부여해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법적 보호 장치를 무력하게 만든다"며 "청소년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료를 전액 국가 부담으로 하고 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청소년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자에 대해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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