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렬의 Echo]트럼프의 무역전쟁 시즌2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2018.12.0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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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 GM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GM이 지난달 26일 북미지역 5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4800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트럼프는 “미국은 GM을 구했는데 이것이 우리가 받는 감사 인사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기껏 막대한 구제 금융을 투입해 죽어가는 회사를 살려놓았더니 중국이나 멕시코 등 해외공장은 놓아둔 채 미국 공장들의 문만 닫는다는 불만이다. GM은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트럼프는 공장 폐쇄를 강행할 경우 전기차 등 GM의 모든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놓았다.



"만일 제가 당선된다면 여러분은 하나의 공장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공장들이 이 나라로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시 일자리를 얻을 것입니다. 약속합니다." 지난 2016년 10월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가 미시간주 워런의 GM 변속기공장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GM이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그 공장들 중 하나다.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역인 러스트벨트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면서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불리는 이들 지역 백인노동자들의 몰표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2020년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서도 이 지역은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러스트벨트 공장폐쇄는 그동안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이 지역에 공을 들여온 트럼프에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잘나가던 미국 경제마저 내년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음까지 울리면서 트럼프의 재선가도에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드는 모양새다.



무역전쟁의 충격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의 이런 위기상황이 향후 보호무역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자신의 무역책략이 시장현실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버락 오바마가 기후와 규제에 대해 그랬던 것만큼 틀렸다"고 비판했다. GM을 아무리 압박한들 자동차시장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송정렬의 Echo]트럼프의 무역전쟁 시즌2


하지만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트럼프가 파괴력 있는 선거 전략무기인 보호무역주의정책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하면서 2020년 선거에서 스윙스테이트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트럼프와 민주당간 보호무역 선명성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무역담판을 통해 일단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사실 합의 도출의 기대보다는 불발의 우려가 더 크다. 더구나 이 기간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관세율 25% 인상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시즌2가 시작되는 셈이다. 아직도 세계경제는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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