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 한국 96 vs 미국 97.5…어디가 더 나쁠까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8.11.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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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소비자심리지수의 무분별한 폄하 보도가 소비심리를 더 악화시켜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소비자심리지수 한국 96 vs 미국 97.5…어디가 더 나쁠까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96.0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의 세부적인 지수들을 종합해 산출한 지표인데,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상회하면 가계의 경제심리가 낙관적이고 반대로 하회하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올 들어 하향 추세를 그려온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 99.2를 기록하면서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9월 들어 100.2로 약간 반등했지만 10월에 다시 99.5, 11월 96.0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다수의 언론에서는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 9개월 만에 최악이라며 박근혜 정부 탄핵 논의로 정국이 혼란하던 2017년 2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후폭풍이라며 날선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딱 1년 전만해도 소비자심리지수는 112.0(2017년 11월)을 기록해 2010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지표가 최악이라며 떠들썩했던 올해 상반기에도 소비자심리지수는 줄곧 기준치인 100을 상회했다. 즉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하회한 것은 작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딱 3개월에 불과하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이기보다는 낙관적인 때가 훨씬 더 많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소비자심리지수가 다시 1년 만에 기준치 이하로 급락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탄핵 정국과 같은 최악의 수준이라며 억지스럽게 폄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경기가 좋다고 말하는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를 살펴보자. 최근 연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시작으로 연말 최고의 쇼핑시즌을 앞둔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CSI: Consumer Sentiment Index)는 전월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한 97.5에 불과하다.


미시간대가 톰슨로이터와 함께 매월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하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조사는 가계의 재정 상태(Personal Finances)와 경기 상황, 내구재(가전, 가구)에 대한 구매 의향을 묻는다.

컨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에서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es)가 고용사정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 설문이라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가계의 소비와 경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올해 미국 경기가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린다고 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로만 보면 미국도 9월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고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소비자심리지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도 연중 최악이고, 소비자심리가 트럼프의 각종 경제정책과 무역분쟁 때문에 꽁꽁 얼어붙었다고 비난했어야 한다. 그러나 외국 언론들은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다.

어떤 특정 시점에서 소비자심리지수의 수치가 바로 소비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지수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여러 요인들로 인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의 추세를 보는게 정확한 해석 방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소비자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해석하는게 맞다. 미국도 사상 최고의 경기 호황이라고 말하지만 소비자심리지수는 추세적으로 횡보하는 모습이며, 특히 올해 초와 비교할 때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다소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만 최악이고 탄핵 정국과 같은 수준이라며 비난하는 노골적인 언론의 보도행태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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