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에 '철인'된 경제관료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8.11.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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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수영 기획재정부 국장

유수영 부이사관이 2017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송도 철인 3종경기 대회 킹코스를 완주한 뒤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제공=유수영 부이사관유수영 부이사관이 2017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송도 철인 3종경기 대회 킹코스를 완주한 뒤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제공=유수영 부이사관


유수영 국장(50·사진)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 앞바다에서 3.86km를 헤엄친 뒤 자전거로 180.2km를 달렸다. 그러던 중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42.195km 마라톤까지 마저 하려면 체온을 유지해야 했다.

쓰레기봉투에 구멍을 내고 뒤집어 쓴 채 뛰었다. 막판에는 쓰레기봉투를 던지고 속도를 냈다. 14시간 20분 12초. 마침내 철인 3종경기 ‘킹코스’를 완주한 사람만 얻을 수 있는 철인 칭호를 얻었다.



그는 행정고시 39회로 1996년 공직에 입문했다. 1997년 재정경제원에 들어와 명칭이 바뀐 기획재정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철인경기 뿐만 아니라 그는 동료들과 축구, 자전거, 스키를 즐기는 스포츠맨이다. 지난해 일본 재무부와의 축구 정기 교류전에선 기재부 감독을 맡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철인 3종경기는 지난해 3월 세종에서 열린 듀에슬론 대회에 출전한 게 처음이다. 수영을 제외하고 달리기 5km→자전거 40km→달리기 10km 코스였다. 별 다른 준비 없이 나간 경기였음에도 완주했다. 2012~2014년 기재부 홍보담당관 시절 불어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더 쪼개 운동한 덕을 봤다. 대회 후 끙끙 앓았다. 첫 도전의 후유증이었다.



물론 성과도 분명 있었다. 철인 3종경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 유 국장은 지역 주민들이 모인 동호회 문을 두드렸다. 두 달 연습 후 지난해 5월 전남 신안 철인 3종경기 대회에 출전했다. 올림픽코스로 불리는 수영 1.5km→자전거 40km→달리기 10km 경주였다.
유수영 부이사관이 지난 9월 열린 세종 철인 3종경기 대회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제공=유수영 부이사관유수영 부이사관이 지난 9월 열린 세종 철인 3종경기 대회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제공=유수영 부이사관
바다 수영은 생전 처음이었다. 시야 확보도 어려웠고 짠물도 많이 먹었다. 동호회 회원에게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경기를 끝까지 소화했다. 철인 3종경기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코스를 5차례 더 완주했다.

아내는 든든한 조력자다. 킹코스에 도전했던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대회에선 아내 의견에 따라 전자레인지를 집에서 숙소까지 공수했다. 자전거, 마라톤 경기 도중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선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연말까지 세종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유 국장은 일상 속에서 철인 3종경기를 대비했다. 그는 “평일에는 샤워하기 전 1시간 정도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세 번 정도 하고 주말에는 조금 더 한다”며 “운동이 나의 생활이 돼야지 생활이 운동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기재부 내에선 드문 프랑스통이기도 하다. 첫 해외 출장을 파리로 다녀온 뒤 프랑스에 빠졌다. 뒤늦게 프랑스어를 공부해 유학생활을 했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프랑스 재경관으로 일했다. 2016년 우리나라가 정회원국이 된 파리클럽(채권국 모임) 가입의 초석을 닦았다. 프랑스에서 인상 깊었던 건 저출산을 극복하려는 정책이었다.

그는 “프랑스는 흔히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가족 간 유대감이 끈끈하고 지역 공동체가 발달해있다”며 “지역 또는 학교 공동체가 잘 갖춰져야 아이를 낳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국장은 스스로를 철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는 “건강하고 멋있게 나이 먹고 싶어 이 운동을 한다”며 “운동도 조직 생활도 혼자만 하면 재미가 없는데 운동을 매개로 공직 생활 역시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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