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폭행, 마약 투약,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폭행, 횡령에 마약 혐의까지 총 10개… '범죄 종합세트'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직원 도·감청, 수사당국과 유착 의혹 등은 빠졌다. 양 회장과 함께 일했던 제보자 A씨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 회장이 올 9월6일 경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역시 추가 수사로 확인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비자금 부분도 별도 수사부서를 지정했으며 자금관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법인 계좌에서 2억8000만원을 출금해 고액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등 업무상 횡령 혐의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품은 자택에 아직 보관돼 있으며 어떤 미술품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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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여 혐의를 확인할 모발검사 결과는 다음 주쯤 나온다. 정 과장은 "향정신성 약물 투여 혐의는 양 회장이 부인하고 있으나 대마초를 수차례 피운 혐의는 경찰이 확인했고 양 회장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마초는 양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 임직원의 지인을 통해서 구한 것으로 조사됐고 판매자도 입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회유하려는 정황도 확인했다. 정 과장 역시 "직원을 회유하려는 시도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피해자들로부터) 일부 들었다"며 "음란물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 정황도 일부 확인한 게 있다"고 말했다.
◇실체 드러난 음란물 왕국, '웹하드 카르텔'… 음란물 수익만 최소 70억원 추정
양 회장을 정점으로 한 음란물 카르텔도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양 회장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2개 웹하드의 '자료요청' 게시판을 운영하며 헤비업로더들과 공모해 불법음란물 총 5만2500여건을 유포해 약 7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불법으로 촬영된 일반인의 성적 영상물 100여건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양 회장은 헤비업로더를 보호하기 위해 게시물이 음란물인지 알 수 없도록 '스크린샷'(대표 사진)만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적발될 경우 ID(아이디)를 변경해 사용하도록 권유했다. 또 헤비업로더는 '우수회원'으로 선정해 아이템을 지급하고 수익을 일반 회원과 다르게 차등 지급했다. 준회원은 5%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우수회원은 15~18%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그 결과 헤비업로더들은 많게는 2억1000만원에서 적게는 37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정 과장은 "웹하드에 올라가 있는 영상물로 얻은 수익 중 음란물 몫만 역산하면 70억원 정도"라며 "계좌 등으로 우리가 확인한 것만 이 정도고 그 외 범죄수익은 추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이 2008년 인수한 음란물 필터링 업체(디지털 장의 업체)도 명목상 사장은 따로 있었지만 실소유주는 양 회장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웹하드 업체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점과 양 회장이 회계를 챙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 과장은 "양 회장이 필터링 업체 등의 경영에 관여한 점은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로 가기 위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양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몰카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