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도입한 혈액검사…15분만에 암 유무 판별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8.11.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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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현장속으로]CTC 플랫폼 기술업체 싸이토젠, 22일 시총 958억원으로 코스닥 입성

싸이토젠이 자체개발한 셀 이미지 애널라이저. 세포의 이미지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싸이토젠이 자체개발한 셀 이미지 애널라이저. 세포의 이미지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세포를 일일이 사람이 편광 현미경으로 관찰하다 보면 슬라이드 한 장을 분석하는데 최소 3-4시간이 걸립니다. 싸이토젠의 CTC(순환종양세포) 이미지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사람이 보지 않고도 스캔·분류·리포팅까지 15분이면 가능합니다." (김영신 싸이토젠 바이오연구소장, CTO)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싸이토젠 본사에서 만난 김영신 소장은 "싸이토젠 플랫폼기술을 암세포의 성질을 알아내는 바이오마커 발굴과 신약개발 등 B2B(기업대상)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추후 신약을 처방하면서 진단하는 단계가 되면 B2C(소비자대상)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2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싸이토젠은 살아 있는 CTC(Circulating Tumor Cell)를 분리해 HDM칩에 배양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플랫폼 기술 기업이다.

진단에 활용하는 HDM(High Density Micro-porous) 칩은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한 고밀도 미세공칩이다. 육안으로 판별 불가능한 56만 개의 구멍이 있는 필터에 혈액을 떨어트리면 조직검사 없이도 암 유무 진단과 암세포 분석이 가능하다. 인체친화적인 소재를 증착 공정으로 칩에 코팅해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여러 번의 진단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회사는 혈액을 활용한 액체생검을 위해 △셀 아이솔레이터(Cell Isolator) △IF 스테이너(IF Stainer) △타임랩스 인큐베이터(Time Lapse Incubator) △셀 이미지 애널라이저(Cell Image Analyzer) 등의 각종 장비를 자체개발했다.

싸이토젠에는 국내 반도체 장비회사 출신인 시스템 엔지니어뿐 아니라 분석, 장비구동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도 근무하고 있다.

싸이토젠의 IF 스테이너(IF Stainer) 장비. CTC의 면역형광염색(Immuno Fluorescent Staining)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싸이토젠의 IF 스테이너(IF Stainer) 장비. CTC의 면역형광염색(Immuno Fluorescent Staining)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김 소장은 "현재 개발단계인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이 시판허가를 얻을 경우 암환자에 처방을 진단하기 위해선 싸이토젠의 플랫폼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처방을 위한 동반진단 단계에선 치료센터별로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비 크기, 인터페이스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에서 CTC를 분리·회수하는 셀 아이솔레이터의 경우 기존 장비가 암 진단환자 4명의 샘플을 한 번에 가동할 수 있는 크기였다면 신규 개발한 장비는 1명의 샘플만 가동시킬 수 있도록 개선했다.

김 소장은 "일반 병원의 경우 암 환자 4명이 동시에 와서 혈액 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작고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셀 이미지 애널라이저 장비는 분리한 CTC 이미지를 자동으로 촬영하고 분석한다. 분석이 끝난 CTC는 다시 유전자 분석이나 세포 배양 단계에 들어가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시험에 활용된다.

김 소장은 "CTC를 통해 암세포가 어떤 성질을 갖고 있고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며 "타임랩스 인큐베이터 기기 안에 현미경을 집어넣어 실시간으로 암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토젠 바이오연구소의 한 직원이 CTC를 활용해서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싸이토젠 바이오연구소의 한 직원이 CTC를 활용해서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사진=박계현기자 unmblue@
싸이토젠은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려는 제약회사나 연구진에 관련 기술을 제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제약사인 다이찌산쿄와 폐암 환자의 재발 바이오마커를 검증하기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이찌산쿄 외에 글로벌제약사 한 곳과 내년 1분기 내 소세포폐암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한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혈액 내 CTC 검출·포획 등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RNA(리보핵산)·DNA 분석 의미가 더 커졌다"며 "특정 단백질 변이나 발현량을 분석해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약물 효능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는 "내년 초부터 플랫폼 기술의 활용처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수술없이 암 치료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 진단·치료뿐 아니라 신약개발 단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싸이토젠은 지난 12일 공모가 1만7000원, 공모규모 204억원을 확정했다. 지난 13~14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선 경쟁률 705.49 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58억원,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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