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공세를 받아 줄 매수 세력이 실종된 탓에 지난달 주식시장 낙폭은 세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우리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는 걸 절감했다.
반면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실제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는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컸다.
그보다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주식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불투명한 거래 시스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대금의 80%를 차지해 공매도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란 비판이 여전하다. 금융당국이 개인에 대해 공매도 진입 문턱을 낮춰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개인이 외국인을 상대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해법은 최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고에서 드러나듯, 증권시장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줄이려는데서 찾아야 한다. 빌리지도 않고 주식을 파는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또다시 적발돼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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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제도는 상식적이어야 한다. 증권계좌에 주식이 있어야 매도 주문이 나갈 수 있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다른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리기로 했다는 약속(구두 또는 메신저)만 있으면 계좌내 주식 보유 유무와 상관없이 매도 주문이 가능하다. 무차입 공매도인 셈이다.
주식이 들어오기도 전에 팔아야 할 만큼 긴급한 매매란 얘긴데, 누가 얼마나 파는지조차 집계도 안된다. 또 결제 불이행이 나기전까지는 무차입 공매도 유무를 아무도 적발할 수 없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식 현·선물 차익거래 등 일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 주식 입고가 완료된 상태에서만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 증시가 '발가벗겨'질 때마다 여론은 공매도 전면 폐지처럼 산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