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자동차보험이 국내 보험업계에서 드문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이나 상품 비교가 비교적 쉽고 갱신형이라 매년 다른 보험사로 이동도 잦기 때문에 소비자를 잡기 위해 보험사들이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쟁이 확산되자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겨도 고객 이탈을 우려해 가급적 우량고객의 보험료는 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에 나섰고 2016년 말 손해율이 개선되자 앞다퉈 보험료를 낮추기도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 적정 인상률을 취합한 결과 업계는 7~8%대에서 최대 10%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온라인 가입 활성화로 사업비를 줄이고 보험금 누수를 막아 보험료를 낮추는데 사용하라며 수차례에 걸쳐 가격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자동차보험료는 당국의 간접적인 가격 개입에 따라 최소 수준인 3%대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풍선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사들이 이익이 나는 장기보험의 사업비 등을 끌어다 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기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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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누적된 적자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중소형사들이 자동차보험을 포기할 경우 이제 막 갖춰진 완전경쟁체제가 무너질 수도 크다. 현재도 11개 손보사가 자동차보험을 팔고 있지만 '빅4' 손보사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단기적인 보험료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해 시장 자율성을 제한하면 시장도 단기 수익 위주의 경영으로 후퇴하는 악순환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 스스로 책임지고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완전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금융당국도 개입을 자제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