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금융회사간 7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IRP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이달부터 저축은행의 고금리 정기예금이 퇴직연금에 편입되면서 은행권에 ‘영업대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은행들이 IRP 정기예금에 적용하는 금리는 일반 고객용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아 ‘금리 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C은행의 IRP 정기예금 금리는 연 1.9% 수준인데 영업점에서 일반 고객이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각종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연 2%대 이상으로 올라간다. 일반 정기예금은 기본금리가 연 1.6% 수준이지만 주거래고객 등의 이유로 0.6%포인트가량 우대금리를 얹어준다. 경우에 따라선 정기예금 기본금리가 IRP 정기예금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선 중도해지가 어려워 장기간 돈이 묶여 있는데도 일반 고객 대비 금리가 낮다 보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69조원인데 연간 수익률은 총비용 차감 후 1.88%에 그쳤다.
금융회사들이 IRP에 사실상 ‘금리 차별’을 두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IRP에는 자사 상품을 넣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의 거래 실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얹어줄 수 없다는 논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RP는 자사 상품이 아닌 다른 회사 상품을 팔아주는 셈이기 때문에 굳이 타사에 금리를 높여 달라고 요청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높은 금리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IRP의 타사 상품보다 자사의 일반 정기예금을 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상대방 은행의 IRP 정기예금을 집중적으로 편입해 팔아주는 교환 관행도 IRP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B국민은행의 IRP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상품 비중이 56.6%고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비중이 53%다.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비중이 57.7%다. 이같은 집중 교환이 전체적으로 IRP 금리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다음달 퇴직연금 수익률 실태 파악을 위한 검사에 착수한다. 특정 금융회사끼리 원리금 보장상품을 집중 교환해 전체적인 수익률 하락을 이끌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회사간 원리금 보장상품 교환 비중을 공시하게 하고 퇴직연금을 판매할 때 물가상승률과 전체 평균 금리도 함께 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