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골드만삭스 아시아조사분석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캐시 마쓰이는 이같이 주장하며 ‘위미노믹스(Womenomics)’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다. 여성(Women)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잠자던 여성인력의 활용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2000~2015년중 연평균 3.9%에서 2026~2035년중 0.4%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까지 올릴 경우 성장률 하락을 20년에 걸쳐 연평균 0.3~0.4%포인트 방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노동 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줄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10% 증가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현장에서 여성의 진출은 단순히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업구조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여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개방과 융합을 통한 초(超)연결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던 것을 넘어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제조업의 서비스업화’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감수성과 섬세함을 가진 여성 기술인력이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대비가 특히 부족하다. 이공계 분야는 ‘금녀(禁女)의 영역’처럼 인식되고 있다. 여성 기술인력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각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2016년도 여성 과학기술 인력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과학기술인은 4만6269명으로 비중은 19.3%에 불과했다.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여성 보직자 비중은 8.6%로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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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 여성인력은 도·소매업, 보건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편중돼 있다. 일자리 증가가 기대되는 과학기술 서비스에서 여성 인력이 늘어나지 못하면 고용시장, 더 나아가 경제 전체가 활기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여성 기술인력 확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다. ‘양성평등’ 가치의 실현 차원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으로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게 됐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과학·기술과 인간의 감성 간의 인문학적 융합이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여성에겐 ‘위기보단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공계 여성 인력 육성과 경력단절 인재들을 위한 복귀 지원 등 산업현장에 여성들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2002년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지원법’에 따라 이공계 분야 여성인재 육성 사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여성 공학인재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정책지원을 해 왔다.
김학도 KIAT 원장은 “한국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여성에 달려 있다”며 “KIAT는 학생들이 이공계열에 진학하고 졸업 후 산업현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