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의 '블록체인 스마트폰'…일반스마트폰과 어떻게 다를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10.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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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엑소더스1' 공개…스마트폰+가상통화 지갑, 사전예약도 가상통화로만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오는 12월 출시 예정인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소더스1'. /사진=HTC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오는 12월 출시 예정인 블록체인 스마트폰 '엑소더스1'. /사진=HTC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23일(현지시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신형 스마트폰 '엑소더스1(Exodus1)'을 일부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레오를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엑소더스1은 기본적으로 일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 6인치 디스플레이와 퀄컴의 스냅드래곤845 프로세서, 128GB 메모리, 16메가픽셀 듀얼카메라 등이 탑재됐다.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장터 구글플레이스토어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특징은 자이온(Zion)이라 불리는 HTC 자체 개발의 가상통화(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가상통화 지갑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를 보관하고 거래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디지털 계좌로 형태에 따라 웹지갑, 하드웨어 지갑 등으로 구분된다. 스마트폰에 하드웨어 지갑을 넣은 것이 엑소더스1이다. 현재 엑소더스1이 지원하는 가상통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디피니티코인, 라이트코인 4개로 출시 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HTC는 특히 가상통화 도난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에 신경을 썼다. 소프트뱅크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개발한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 기술을 적용해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 HTC의 설명이다. 안드로이드 OS가 구동되는 시스템과 가상통화 데이터가 저장되는 하드웨어 공간을 분리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HTC의 필 첸 최고암호화책임자는 "안드로이드와 마이크로 OS가 병렬로 구동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을 넣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약 3000만개의 가상통화 지갑이 있으며, 이 가운데 150만~200만개가 물리적 장치인 하드웨어 지갑"이라며 "이들이 우리의 첫 공략 대상"이라고 했다.

엑소더스1에는 가상통화 암호키 복원을 위한 '소셜 키 리커버리(Social Key Recovery)' 기능도 탑재됐다. 스마트폰 분실이나 도난으로 사용자가 가상통화 암호키를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사전이 미리 지정한 다른 사용자 스마트폰에 암호키를 분산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불러오는 방식이다. 암호키 분산 저장을 위해서는 서로 별도의 암호키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엑소더스1에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s) 구동이 가능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더버지에 따르면 HTC는 현재 이더리움 기반의 유명 게임 크립토키티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TC가 엑소더스1 출시에 맞춰 '블록체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삼성과 애플, 화웨이 등에 밀려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IT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디렉터는 "HTC가 스마트폰 틈새시장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 "새로운 투자자나 협력사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소더스1 사전예약은 현금 대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만 가능하다. 가격은 0.15비트코인 혹은 4.78이더리움으로, 약 960달러(약 108만원) 수준이다. 오는 12월부터 미국과 유럽, 대만 등 중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 배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은 가상통화 거래 금지로 출시 지역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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