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검찰행… "회삿돈으로 별장, 요가룸도"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8.10.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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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타인과 공동 사용할 수 없는 전형적 별장 구조"…오리온 "영빈관으로 기획했다가, 연수원으로 사용"

업무상 횡령혐의를 받고있는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달 10일 오전 경찰 소환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담 회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내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기소 의견으로 넘긴다. /뉴스1업무상 횡령혐의를 받고있는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달 10일 오전 경찰 소환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담 회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내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기소 의견으로 넘긴다. /뉴스1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개인 별장을 신축하면서 법인자금 20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다. 같은 혐의로 조사받던 남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건축과정, 건축물의 구조, 건축 관련자들의 진술, 관련 판례, 기타 여러 정황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에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호화별장(지하 2층~지상 2층)을 신축하면서 법인자금을 쓴 의혹을 올 3월부터 수사해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초기에는 이 부회장의 남편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해당 혐의로 조사했지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이 부회장이 부지 선정부터 자재 선택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사실이 밝혀져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해당 건물은 별장이 아니라 갤러리, 영빈관, 샘플하우스, 연수원 등 다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된 건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건물이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라고 봤다. 경찰청 관계자는 "야외욕조, 요가룸, 와인창고 등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전형적인 별장 구조임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건물 2층에 위치한 야외욕조는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고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없는 크기로 만들어졌다. 연수원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이 '갤러리'라고 주장하는 지상 1층에는 작품을 손상 시킬 수도 있는 벽난로가 설치돼있었다. 담 회장 부부가 사비를 들여 수십억원대의 가구를 들여놓은 정황도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사결과 실제로 건물이 법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부회장 측은 해당 건물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며 기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조사했던 담 회장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별장 건축을 부인인 이 부회장이 주도했고 혐의를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찰 수사결과에 오리온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2014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임직원 연수원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요가룸, 야외욕조에 대해서는 "해당 건물이 최초에 영빈관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설계도 상에만 요가룸 등이 있을 뿐 실제 건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야외욕조는 연수원 용도에 맞지 않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시설"이라고 해명했다.

고액의 가구를 비치한 사실은 "건축 초기 영빈관 목적으로 짓던 중 이 공간과 어울리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임시 대여해 며칠 비치했다가 반납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건축을 주도했다는 의혹에는 "건물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의사결정은 모두 조경민 전 전략담당 사장이 운영을 총괄한 건설사 메가마크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 부부가 A사(계열사) 신사업을 발굴하면 회사 주가 상승분 10%를 지급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오리온 그룹 전·현직 임직원은 "조 전 사장이 담 회장 부부를 음해하고 있다"며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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