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재웅의 협업…말레이시아 공유의 길 찾다

머니투데이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박준식 기자 2018.10.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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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차 '쏘카' 말레이시아 진출 1년만에 1위로…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시너지

↑ 쏘카 말레이시아 진출을 기념한 이미지로 배경에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가 눈에 띈다. /이미지 = 쏘카 제공↑ 쏘카 말레이시아 진출을 기념한 이미지로 배경에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가 눈에 띈다. /이미지 = 쏘카 제공


한국 카셰어링 기업 '쏘카'가 말레이시아 진출 1년 만에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올라섰다. 쏘카는 올 초 말레이시아 당국의 사업 허가를 받았는데 약 열 달 만에 총 800대의 사업 차량을 확보해 2위인 현지업체(메이플라워의 고카, 230여대)와의 격차를 세 배 이상으로 벌리는데 성공했다.

쏘카 말레이시아 법인 손대익 CFO(최고 재무책임자)는 23일 "연말까지 사업 차량을 1000대 이상으로 늘리고 중기적으로 2020년까지 차량 5000대를 확보해 손익분기점을 조기에 넘어설 것"이라며 "한국 쏘카가 7년간 이룩한 노하우를 해외 성장 시장에 적용해 두 배 빠른 성과를 내는 것이라 쏘카는 물론 주주사인 SK㈜의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태원·이재웅의 협업…말레이시아 공유의 길 찾다
쏘카의 국내외 지분구조는 독특하다. 국내 법인은 인터넷 포털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현 대표이사가 45%를, SK㈜가 28%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웅 대표는 쏘카 창업 초인 2011년 제주도 시범서비스 단계에서 아이디어만 있던 이 회사에 차량 구입비 투자를 결정했고 이후 창업자의 지분도 추가로 사들여 오너 경영인이 됐다.

SK는 2015년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카셰어링에 대한 투자를 물색하다가 공유차 사업을 벌이던 쏘카에 약 6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을 확보했다. 쏘카 한국법인의 100% 지분가치는 최근 외부투자 유치 등을 통해 7000억원대로 평가된다.



쏘카의 국내 법인 지분구조가 이재웅 대표의 주도라면 해외는 반대다. 쏘카 주주사가 된 SK (151,400원 ▼4,900 -3.13%)㈜는 2016년 초 단순히 재무적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주요주주로 이 사업의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최태원 회장은 "좋은 사업모델을 국내 시장에 국한하면 과거 '싸이월드'와 '멜론'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해외시장에서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도록 하라"고 지시해 2년 만에 글로벌화를 실현했다.

쏘카 말레이시아 법인의 지분 구조는 SK㈜가 60%, 쏘카가 40%인 형태다. 약 200억원의 출자금을 쏘카가 부담스러워하자 SK㈜가 과반을 책임지면서 불확실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 내 쏘카는 올해 중순 회원수 400만명과 차량 1만대를 넘겨 공유차 업계의 지배적 사업자가 됐다. 최근에는 이재웅 대표의 주도로 11인승 이상의 영업용 차량을 통한 기사 포함 카풀 서비스(타다)도 내놓았다.

카풀 서비스는 최근 택시업계의 반발이 큰 탓에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한 혁신지체' 현상을 겪고 있지만 모빌리티 분야의 궁극적인 혁신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와 달리 말레이시아 쏘카는 한국에선 하지 못했던 다양한 혁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동남아의 유니콘 기업인 '그랩(Grab)'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 부문이 이미 가시적이다.

손대익 쏘카 말레이시아 CFO는 "연말까지 그랩 운전자가 구입할 영업용 차량의 할부금융을 쏘카가 맡기로 했다"며 "올해 사업 예상 규모는 100대로 만약 이 협업이 성공하면 연간 4000대까지 금융협업이 늘게 되고 이 경우 쏘카의 가치는 기존 전망보다 서너 배 더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쏘카 카셰어링 선제적 투자…자율차 시대 오면 가치폭발

공유차 산업에는 크게 세 가지 분야가 있다. 첫째는 E-헤일링(Hailing)이다. 전화나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공유차량을 호출하는 서비스다. 카카오 택시가 E-헤일링에 속한다. 차량 배차 소프트웨어로 O2O(Online to Offline) 중개자 역할을 수행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둘째는 카셰어링이다. 렌터카 사업에서 발전해 차량의 공유를 시간 단위로 쪼개고 반환지도 인출지에 국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만든 사업이다. 국내 쏘카와 그린카(롯데 계열)가 이 모델이다.

마지막은 라이드 셰어링이다. E-헤일링 기업에 등록한 운전자가 구체적인 서비스 차량을 등록해 차별화한 카풀 서비스를 실시하고 수수료를 나누는 구조다. 미국의 우버와 동남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추싱이 이 사업의 대표자다.

그랩은 '동남아의 우버(Uber)'라 불리는 공유차 기업으로 말레이시아에서 E-헤일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택시 서비스가 낡은 차량과 운전자들의 모럴헤저드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파고 들어 라이드 셰어링으로 확장했다. 그랩은 이제 운전자에게는 새 일자리를, 택시업계에는 공평한 이익 분배를 나눠주는 혁신의 주도자가 됐다.

그랩의 사업이 확대돼 일자리가 생겨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랩은 이후 사업모델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동남아의 거점,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다. 싱가포르라는 테스트베드에서 성공한 그랩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 전역의 국가들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동남아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낙후한 교통 인프라 서비스에 목말라하던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그랩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이어 SK㈜가 올 초 그랩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주에 포함됐다. 올해 기업가치만 약 7조원에 달한다.

SK그룹이 구상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자율차 시대가 도래하면 모든 카셰어링 사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존에 브랜드와 인프라를 구축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데 집중돼 있다. 사진은 쏘카와 SK텔레콤 사이에 맺은 커넥티드카(자율차) 업무 제휴를 위한 협약식 모습. /사진제공 = SK텔레콤SK그룹이 구상하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자율차 시대가 도래하면 모든 카셰어링 사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존에 브랜드와 인프라를 구축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데 집중돼 있다. 사진은 쏘카와 SK텔레콤 사이에 맺은 커넥티드카(자율차) 업무 제휴를 위한 협약식 모습. /사진제공 = SK텔레콤
하지만 공유차 산업에선 라이드 셰어링만 잠재력이 있는 게 아니다. 현재는 그랩이나 우버가 산업적 혁명성을 인정받아 세계화 비즈니스로 각광 받지만 미래기술이 더해지면 다른 플랫폼에서 가치가 폭발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쏘카와 그랩의 협력은 서로의 사업범위가 아직은 명확히 차별화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랩은 IT(정보기술) 업체로 자산을 늘리지 않는 형태(Asset light strategy)의 기술 플랫폼 사업을 지향한다.

그랩이 '운전기사가 딸린 렌터카 사업'을 하는 정도로 분류됐다면 투자가들은 이 기업의 가치를 이익의 다섯 배 정도에 한정된 전통산업군으로 분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랩은 교통혁명을 주도하는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투자가들을 끌어모았고 이런 부문에서 차후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아 매출의 수십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쏘카는 이와 달리 공유차량 보유 대수를 확보하고 운전 소비자의 서비스 체험을 개선하는데 사업의 중점을 두고 있다. 두 기업의 협업 지점은 그랩 운전사가 쏘카의 차량을 활용해 영업을 하는 데서 발생한다.

쏘카가 발 디딘 분야인 카셰어링은 현재는 렌터카의 아류로 보이고 라이드 셰어링에 비해서도 저평가돼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궁극적으로 자율차 시장이 도래하면 기업가치가 폭발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10년 내에 도로 상의 자동차에 운전자가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오면 기존 택시는 물론 라이드 셰어링까지 카셰어링의 산업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그랩은 교통수요자와 공급자의 매치메이킹을 돕는 IT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교통비 수납을 매개하는 지불(Payment) 금융업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자율 공유차를 다양하게 구비하고 교통은 물론 단기-중기-장기 여행의 모든 이동 솔루션을 돕는 교통 인프라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정적 좌초위기, 최태원 회장 독려로 독자생존 모색

말레이시아 쏘카는 최근 현지 연기금의 투자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카셰어링 사업이 현지에서도 생소한 편이라 주저하던 투자가들이 어느새 자세를 고쳐잡은 것이다. 쏘카가 사업 1년 만에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앞다퉈 투자를 문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말레이시아 연기금의 지분 참여는 현지 경영진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에 그 결실을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 고민이다.

짧은 기간 내에 상전벽해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SK가 공유차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한 시기는 2015년 쏘카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바로 이듬해인 2016년 초다.

SK의 사업검토는 미래를 예상한 결정이었다.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로 커온 그룹에 차후 30년을 책임질 미래사업으로 모빌리티(이동용 기기의 총체)를 정하고 초석을 다지기 위해 공유차 사업을 그 중 하나로 점찍었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쏘카의 가치를 해외시장에서 검증받자고 독려했고 SK㈜가 투자자로 나섰다. 조대식 SK㈜ 사장(현 수펙스 의장)은 글로벌 사업부 1부문에 이 프로젝트를 맡겼다. 1부문에 속했던 신정호 실장(현 SK㈜ 미국법인 대표)과 손대익 팀장이 실무를 책임졌다.

↑ 손대익 쏘카 말레이시아 CFO는 "2년전 예상과 추정만으로 계획했던 해외진출이 실제 어려운 고비를 넘어 현지시장을 리드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있다"고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사진 = 박준식 기자↑ 손대익 쏘카 말레이시아 CFO는 "2년전 예상과 추정만으로 계획했던 해외진출이 실제 어려운 고비를 넘어 현지시장을 리드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있다"고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사진 = 박준식 기자
SK텔레콤 출신의 손 팀장은 자회사 플래닛을 통해 2001년 신규사업이던 모네타를 주도했던 사업개발 경험을 살렸다. 한 달 간 분석을 거쳐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싱가포르의 모국인 말레이시아를 점찍었다.

인구 약 3200만명의 말레이시아는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 가운데 가장 교통의 잠재수요가 높고 관련 인프라가 우수한 나라였다. 철도 교통망은 비교적 우수하지만 도로교통의 사정은 낙후됐다는 것도 사업의 가능성을 높였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교통사정을 실무자들이 깨달아 '그랩' 같은 혁신산업을 긍정적으로 도입한 유연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고비가 찾아왔다. SK㈜ 실무팀에서 반 년 간 접촉해 함께 현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했던 말레이시아 사업 파트너가 일정을 미루다가 막상 투자를 앞두고서는 '성공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돌연 포기선언을 한 것이다.

손대익 CFO는 "현지에서 차량을 조달하고 파이낸싱(차량 할부금융)을 조달하기로 했던 대기업인데 이들이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 믿기지 않았고 예상한 기한 내에 새 대상을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한동안 앞이 캄캄했다"며 "약 두 달 가량은 자체적으로 사업 포기를 염두에 두기도 했는데 오히려 경영진에 어렵게 보고를 하자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당시 사장이 '독자생존 방안을 보고하라'며 실무진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대신 경영을 현지화…우버 실패한 인물에 카셰어링 CEO 맡겨

SK 실무진이 내놓은 '플랜B(차선책)' 보고서는 단 네 장 짜리였다. 이미 수개월간 수십, 수백장의 보고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던 터라 두루뭉술한 변명을 끼워 넣지 않고 명료한 예측과 독자 사업 가능성만을 담았다. 최태원 회장은 오히려 이런저런 예측보다는 그동안 노력해온 실무진을 믿고 결단을 내렸다.

SK 경영진의 독려와 쏘카 한국법인의 의지로 말레이시아 법인설립은 지난해 중순에 이뤄졌다. 하지만 현지 파트너가 없는 관계로 △차량을 구매(Sourcing)하고 △현지 주요 공유거점을 발굴(Site survey)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SK와 쏘카는 이 부분을 해결해줄 전략으로 현지 사정에 능한 감각 있는 글로벌 CEO(최고의사결정권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리안 풍 쏘카 말레이시아 CEO(사진 맨 오른쪽)는 20대 말에 대표이사가 된 현지업계의 젊은 경영자로 우버 임원으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카셰어링 서비스의 현지화를 이끌고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사진제공 = 쏘카리안 풍 쏘카 말레이시아 CEO(사진 맨 오른쪽)는 20대 말에 대표이사가 된 현지업계의 젊은 경영자로 우버 임원으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카셰어링 서비스의 현지화를 이끌고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사진제공 = 쏘카
글로벌 헤드헌팅사를 통해 심혈을 기울여 찾은 CEO가 리온 풍(Leon Foong)이다. 리온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우버 말레이시아의 첫 직원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4년간 서비스 론칭을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20대 젊은이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CEO로 선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우버가 현지 서비스인 그랩에 밀리면서 아깝게 사업확대 기회를 놓친 게 그에게는 불운한 일이었고, 반대로 쏘카의 말레이시아 론칭에는 산업적 노하우가 충분한 인물을 영입하는 기회가 됐다. 1987년생인 리온은 이제 삼십대 초반의 CEO로 젊은 감각으로 급변하는 산업적 흐름을 읽는데 능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3명의 경쟁자를 뚫고 선임된 리온은 말레이시아 자동차 제조사인 페로도아(PERODUA, 1위)나 DRB-하이콤(DRB-Hicom, 2위)과 긴밀히 교류할 수 있는 키맨이다. 쏘카가 당초 전략대로 단일 자동차 메이커나 현지 금융사, 혹은 렌터카 업체와 파트너십을 이뤘다면 서비스가 해당 파트너 제품에 국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합작 상대방이 없는 것이 소비자들에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혜택으로 돌아왔다. 차량이나 금융 선택권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다.

말레이시아 메이뱅크(Maybank)에서 처음으로 10만 링깃(약 27억원)을 할부금융 재원으로 지원받은 쏘카는 올해 1월부터 180대의 차량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SC)가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연이어 긴가민가하던 말레이시아 은행권들이 이제는 금융지원을 위한 줄을 서고 있다.

손대익 CFO는 "현지 금융재원은 이미 차량 2000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했다"며 "지금은 공유차량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어 영업차량 구비 측면에서 소형 엔트리급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까지 11종을 운용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영업 차량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한 두 가지 차량을 선정해 구매 집중력을 높이고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율차 시대 이전에 고유 브랜드와 인프라 구축…한류가 서비스에 도움

말레이시아 정부도 호락호락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유차 사업자 허가신청은 완료까지 두 달로 예상됐지만 실제는 다섯 달이나 필요했다. 최근에 알고 보니 현지 렌터카 업체들의 방해공작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었다. 어느 나라건 기득권 사업자들은 신규 진입자를 그대로 방관하지 않는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10월까지 약 800대의 차량과 400개 차량 반출 거점을 만들어 현지 시장을 리드하는데 성공했다. 이미지는 말레이시아 계획도시 싸이버자야의 쏘카 존 광고 모습. /사진제공 = 쏘카쏘카 말레이시아는 10월까지 약 800대의 차량과 400개 차량 반출 거점을 만들어 현지 시장을 리드하는데 성공했다. 이미지는 말레이시아 계획도시 싸이버자야의 쏘카 존 광고 모습. /사진제공 = 쏘카
현지 당국은 라이선스 이슈에 이어 법인설립 이후엔 이사회 구조를 지적했다. 현지 이사회 인원을 갑자기 모두 말레이시아인으로 채우고 지분구조도 현지 자금을 포함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쩌면 이런 모든 고비가 2년 내에 해결된 것이 운이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손대익 CFO는 "영업비밀에 속하는 내용이라 자세한 해결안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해외 사업에서 외자 기업의 GR(대관업무) 기능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현지화를 위해선 '로마법을 따르려는 융통성 있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사업 초 규제이슈와는 달리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서는 한국 모델이라는 것이 일종의 프리미엄이 되고 있다. 한류의 세련된 이미지가 말레이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는 것이다.

쏘카 말레이시아의 회원수는 10월 중순까지 13만명을 넘어섰다. 한달에 1만명씩 늘고 있는데 대부분 20~30대의 젊은층 고객이다. 한국 스타일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위생개념이 확실한 차량관리 등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원하는 거점을 입출 거점으로 개발하는 사업 노하우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젊은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알려져 50여명의 임직원은 내년이면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서비스가 안착하면 곧바로 동남아 시장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자율차 시장이 오면 현재 카셰어링이 중시하는 거점 전략마저 사라진다. 공유차는 사고로 인한 수리비와 보험료에 거점 유지비가 가장 큰 비용인데, 자율차 시대가 되면 이 모든 제약이 사라져 셰어링(공유)과 라이딩(운전)의 경계가 무너진다.

자율차 시점이 오기 전에 공유차 인프라와 브랜드를 최대한 넓은 시장에서 구축하는 작업이 쏘카에는 급선무다. 이 전략이 예상대로 성공하면 최태원과 이재웅이라는 섞이기 어려운 조합이 만들어낸 앙상블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이라는 시너지를 근간으로 한국이 낳은 첫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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