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빵 영업만 하려는 은행, 세계 19위 맞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8.10.22 04:34
글자크기
지난 17일 WEF(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금융부문 세계 19위를 차지했다. 한때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못한 등수를 받았지만 이번엔 무려 55계단을 뛰어 올랐다.

‘우간다 트라우마’에선 벗어났지만 국내 금융권의 ‘간판’ 주자인 시중은행의 대출영업을 보면 세계 19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행들은 몇년전부터 제2금융권의 시장이었던 ‘오토론(자동차 구입 대출)’에 뛰어들었다. 시장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아닌데 은행들은 어쩌자고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것일까. 은행이 ‘오토론’ 시장까지 치고 들어간 이유는 위험부담이 ‘제로’이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대출금 전액에 대해 보증을 받는다. 보증료는 대출금리에 얹는다. 깐깐하게 대출심사를 할 필요가 없이 저소득, 저신용 취약계층에도 오토론을 권해 왔다.

전세자금대출도 비슷하다. 정부가 얼마전 전세대출 보증에 소득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 논란의 이면에도 보증이 있다. 은행에서 취급하는 전세대출의 98%가 보증 대출이기 때문이다. 보증을 제한하면 은행이 전세대출을 안하는 구조다.



은행의 주력 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은 말할 것도 없이 자영업자대출도 보증·담보 비율이 80% 넘는다. 중소기업대출도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보증 위주로 취급한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에 ‘은행의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은행의 ‘안전빵 영업’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100점 짜리일 수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건지는 별개의 문제다. 은행은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가격(금리)을 메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은행의 실력이고 경쟁력이다. 건전성 강화의 결과가 WEF의 세계 19위라는 ‘성적표’일지 몰라도 보증, 담보에만 기댄 영업을 고수하는 사이 은행의 진정한 실력은 후퇴해 온 것은 아닐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