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반발' 소상공인연합회 예산 20% 삭감, 누가했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8.10.22 04:40
글자크기

[팩트체크]중기부 아닌 기재부…홍종학 "돈 남아서 예산 삭감" 주장은 근거 약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최저임금 반발' 소상공인연합회 예산 20% 삭감, 누가했나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집회를 주도해온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의 내년도 지원예산이 종전보다 20% 삭감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연합회 길들이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기부가 연합회의 내년 예산을 20% 일괄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가 연합회의 예산 삭감을 결정한 것이 사실일까.

21일 중기부가 작성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입수해 확인해본 결과 연합회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25억원으로 제출했다. △소상공인 규제 애로 발굴 해소 경비 6억원 △현안이슈 개선방안 연구 5억원 △공동브랜드 5억원 △연합회 인건비와 임차료 등 경비 9억원 등이다. 중기부는 "전국 소상공인 간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위한 법정단체의 사업 보조용 예산"이라며 "전년과 동일하다"고 명시했다.



현행 예산책정은 주무부처가 사업계획을 담은 예산안을 예산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통합해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국회는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해 예산을 12월 최종 확정한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는 해당 예산이 20억원으로 책정돼있다. 중기부가 25억원을 신청했지만 기재부와의 논의과정에서 20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예산을 삭감한 주체는 중기부가 아니라 기재부라는 의미다.



중기부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부처안 기준 10억원을 증액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해 2018년 예산을 15억원으로 제출했다. 국회를 거치면서 연합회 예산은 2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중기부는 늘어난 예산을 반영, 지난해 자신들이 제출한 15억원보다 10억원 늘린 25억으로 제출했다. 연합회 예산은 2015년 5억원에서 2016년 10억원, 2017년 15억원, 올해 25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연합회 길들이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연합회 예산 20억원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주도하는 연합회에 야당이 힘을 싣고 있어서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증액요구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합회 예산은 정부안으로 15억원이었으나 25억원으로 10억원 늘었다.

예산삭감의 주체와 별개로 삭감 이유로 제기된 예산집행률은 또 다른 쟁점이다. 홍종학 장관이 연합회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든 '예산 불용'을 두고 이 의원이 위증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의원은 "2015년 이후 (연합회의) 예산집행률은 90% 이상"이라며 홍 장관의 발언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연합회의 관련예산 집행률은 2015년 92.8%, 2016년 94.2%, 2017년 97.1% 등이다. 예산을 쓰지 못해 삭감했다는 홍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연합회가 지난해 쓰지 않은 5000여만원의 예산은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로 볼 때 적지 않은 돈"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