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실종 이후 연일 관련 소식을 언론에 흘리며 사우디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카슈끄지가 이혼 확인서류를 받기 위해 들어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됐으며, 이를 지시한 사람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라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도 친정부 성향의 터키 매체였다.
전문가들은 터키가 사우디를 압박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끌어오려 한다고 분석했다. 터키가 정말 사우디를 궁지로 몰려 했으면 언론에 흘리는 내신 녹음된 원본을 공개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신흥시장 위기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추락하던 터키 리라화는 카슈끄지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달러 대비 리라 환율은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4일부터 최근까지 10% 가까이 급락했다. 그만큼 리라화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이후 이번 사건을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우디 국왕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며 "아마 불량 킬러 소행일 수 있다"고 사우디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에 이어 터키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난 후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그는 "(제재 완화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터키에 대한 제재 일부는 앤드루 브런슨 목사 구금과 관련이 있어, (그가 석방된 지금 상황에서는) 이를 해제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카제타이 터키 연구부문장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사우디와의 전면적인 갈등이 아니라 사우디가 체면을 살리면서 사건을 매듭 짖게 하는 것"이라며 "그는 중동에서 터키가 완전히 고립돼 있고, 미국의 도움 없이는 홀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