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인 339명 체류허가… "왜 혈세로 생색내나"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10.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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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부담한 돈으로 외국인 지원하는 '수익자부담원칙' 통해 자국민 역차별 논란 해소해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주도에 체류중인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가 추가적으로 허용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세금 지원을 둘러싸고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은 이날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심사 대상자 484명 가운데 이미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23명과 난민 신청을 철회하고 출국한 3명을 제외한 458명 가운데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키로 했다. 이들은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 면접 △면접 내용에 대한 국내외 사실검증 △테러혐의 등 관계 기관 신원검증 △마약 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 다양한 심사 과정을 거친 뒤 인도적 체류 결정을 받았다.



제주출입국은 예멘의 내전 상황, 경유한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구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들을 추방할 경우 이들의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1년의 체류기한이 부여되고, 앞으로 예멘 국가정황이 호전되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는 체류허가 취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출도 제한조치가 해제되며,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어와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실시된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립,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도 이뤄진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 신청자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 신청자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혈세 샌다"… 난민 세금 지원 부정적 여론 확대

제주출입국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자마자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제주 예맨난민 허가해준 것 반대합니다"라며 "세금이 아깝다"고 올렸다. 청원 동의 댓글에는 "난민문제에 대해 선진국도 하지 않는 지원하지 말고, 또 자국민 혈세로 생색내지도 말아달라"는 글이 달렸다.


'거만한 정부는 영원할 수 없다'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이는 "국내에 쓰여야 할 국민세금이 해외 사람들에게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예산들이 오히려 외국인·불법체류자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쓰이고 있다. 매달 꼬박 받아가는 세금으로 외국인·불법체류자들의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 486명(남성 462·여성 24명)이 체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제주 예멘 난민 수용 반대' 국민청원에는 총 71만4875명이 동의해 역대 가장 많은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특히 난민 등 외국인에 대한 세금지원 관련 국민들의 부정적 감정이 높았다. 우리 국민의 자국민 역차별 우려는 이전에도 수차례 나타난 바 있다. 지난 7월 게시된 '국민건강보험과 세금으로 외국인 및 난민에게 무분별하게 의료비를 지원하지 말라'는 국민청원에 1만3363명이 동의했다. 또 2016년 사단법인 한국행정학회가 법무부에 제출한 '이민자 사회통합정책 종합진단 및 개선방안' 내 설문조사 결과(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100명 대상)에서도 '이민자의 빈곤·복지문제 해결 등을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48.1%에 달한 반면 '세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20.6%에 불과했다.

◇"'이민통합기금'으로 자국민 역차별 논란 및 세금 부담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혈세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기금, 즉 '이민통합기금'이나 '사회통합기금' 등의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통합기금'은 외국인에게서 나온 돈(이민자 등에게 부과한 수수료나 외국인에게 부과한 범칙금 등)으로 기금을 만들어 외국인 관련 행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익자 부담 원칙'(공공재로부터 이익을 받거나 이를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원칙)에 따라 내국인의 반발심을 낮추고 역차별 논란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제주시 애월읍 한 숙소에 모여 있다./사진=뉴스1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339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제주시 애월읍 한 숙소에 모여 있다./사진=뉴스1
앞서 IOM(아이오엠)이민정책연구원의 출간물 '이슈브리프 EU(유럽연합) 이민통합기금은 어떻게 운영되는가?'는 "유럽연합은 연합 내에 유입되는 제3국 출신 이민자와 망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이민통합기금, 즉 '비호·이민·통합기금'(AMIF·Asylum, Migration and Integration Fund)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이민통합 기금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연구원은 한국에 이민통합기금이 도입된다면 △외국인의 국내사회 적응 지원 △재한외국인 인권보호 △난민 처우 개선 △전문 외국 인력 처우 개선 △세계인의 날 행사 △외국인 종합안내 센터 운영 △재한외국인의 사회 적응 및 경제활동 지원 등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단체 지원 등에 다양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다양한 국가도 해당 제도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미국은 '이민심사 수수료 계정'(Immigration Examinations Fee Account)이라는 이름으로 이민국적국이 체류 허가 수수료로 거둔 돈(55~155달러)을 기금으로 활용하고 캐나다는 '이민자 정착 수수료'(Permanent Residence Fee)라는 이름으로 체류허가 신청시 추가로 이민자 정착 수수료 490달러(약 50만원)를 부과하고 이민자 사회정착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뉴질랜드는 '이민 부담금'(Migrant Levy)이란 이름으로 이민자에게 부담금 310달러(약 32만원)을 부과, 이민자 영어교육, 구직 서비스 등 이민자 사회통합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7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2차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7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2차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금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8월24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이민통합기금 설치 관련 내용이 담긴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 의원은 발의 이유로 "외국인이 부담한 각종 비용을 이들의 사회통합에 직접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반감 해소를 도모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의 사회 통합을 위해 재원을 효과적·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사회 통합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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