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한테 부탁하니 검찰 수사 종결" 또 검찰행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8.1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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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우 前수석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송치…"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물증 찾기 어려워"

국정농단 묵인 및 방조혐의로 1심 선고공판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올 2월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국정농단 묵인 및 방조혐의로 1심 선고공판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올 2월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전관 경력을 이용해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 등을 무마하는 명목으로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검사 퇴직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친분관계가 있는 검사장 등을 통해 수사를 무마(무혐의 처리, 수사 확대방지, 내사종결)토록 하는 명목으로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변호사법(제111조)은 누구든지 공무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려고 보건복지부 간부에게 뇌물을 제공한 정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인지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3년 인천지검으로부터 횡령 혐의로 수사 받던 길병원은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최재경 당시 신임 인천지검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우 전 수석을 만나 청탁을 넣었다. 우 전 수석은 "3개월 안에 수사를 끝내주겠다"고 확답하고 착수금 1억원, 성공보수 2억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건은 계약대로 3개월 직후 종결됐고 이길여 길병원 회장은 무혐의 처리됐다.

이 기간 우 전 수석은 2014년 4월 검찰의 길병원 수사 결과 발표 1주일 전 최 전 지검장을 한 번 만났다. 하지만 의견서 제출이나 수사기록 열람 등 정상적인 변론활동을 하지 않았다. 수사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도,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변호사회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길병원 사건처럼 정상적인 변호활동으로 볼 수 없는 다른 2건도 추가로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서 수사했던 일명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황두연 ISMG 대표의 부당 경영개입 의혹) 수사를 무혐의 처분해주는 대가로 착수금 2억5000만원과 성공보수 4억원 등 총 6억5000만원을 받았다.

검찰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이 선임된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아 현대그룹 관계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밖에 우 전 수석은 4대강 입찰 담합 사건 수사를 받던 K 설계업체의 검찰 수사도 무마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우 전 수석이 사건을 수임한 지 10일 뒤 K 업체를 압수수색했으나 석 달 후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그 대가로 우 전 수석은 착수금 5000만원, 성공보수 5000만원 등 1억원을 받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 전 수석은 혐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거나 정당한 변호활동을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은 현대그룹 수임 건의 경우 "법률자문을 조건으로 계약을 했고 공동변호인인 로펌 회의에도 2~3회 참석하는 등 변호인으로서 정당한 변호활동을 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K 설계업체에 관련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뢰인들은 사건 무마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그룹 건의 의뢰인은 "이미 대형 로펌 등 다수의 변호인이 선임돼 있어 법률자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피의자의 검찰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선임계약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K 설계업체는 "우 전 수석이 현직에서 근무할 때 알고 지낸 선후배와의 친분을 이용해 중앙지검 고위직이나 검찰 수사팀을 통해 수사내용을 확인하고 내사종결 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우 전 수석이 청탁을 성공 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병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내역, 인천지검 등의 출입 내역, 최재경 전 지검장의 통신 내역 등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 4건을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 단계에서 기각돼 강제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탁을 한 의뢰인들도 혐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뢰인들을 처벌할 조항은 없으며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도 참고인 소환조차 하지 못해 혐의 적용을 위한 단서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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