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세종문화회관…'권위' 버리고 '실험' 입는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10.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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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형 극장 '세종S씨어터' 개관, 18일부터 뮤지컬·연극·오페라 등 공연…실험적 작품 기획·제작 적극 지원

세종S씨어터 외부 전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세종S씨어터 외부 전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불혹'의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변화'를 향한 첫 발을 뗐다. 블랙박스형 극장 '세종S씨어터' 개관을 계기로 변화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포부다. 세종문화회관은 급변하는 문화예술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작고, 새롭고, 실험적인 공연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세종문화회관을 고품격 예술과 더불어 실험적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화재로 소실됐던 시민문화회관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재개관해 40년간 문화예술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 해왔다"며 "그동안 전문성을 요하는 공연장에 대한 주변의 지속적인 요구에 맞춰 변화의 노력을 해왔고, 그 일환으로 세종S씨어터를 개관하게됐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개관기념 간담회에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15일 오전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개관기념 간담회에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오는 18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정식으로 문 여는 세종S씨어터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작품을 기획·제작할 수 있는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연장이다.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객석과 무대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것이 특징. 가장 기본적인 무대 형태인 프로시니엄형(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고 관객이 무대 정면만 바라보는 형태) 무대 위주로 선보여온 기존 세종대극장, 세종M씨어터 등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16년 착공해 약 2년간 공사비 75억원을 투입해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지하 1·2층에 총 2228㎡, 328석 규모로 조성했다.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처음으로 만들어본 형태의 극장"이라며 "무대를 3면·4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등 제작자 의도대로 실험적인 공연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본적인 프로시니엄형 공연은 물론 소극장임에도 오케스트라피트(오케스트라 연주 공간)를 둬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장 설계는 운영 방식과 위치를 고려한 안전성에 역점을 뒀다. 유현승 세종문화회관 공간리노베이션사업TF 팀장은 "공연 형태에 따라 조명, 음향, 영상 등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장애인 전용 좌석 및 엘레베이터를 비롯, 메인 출입구 외에도 비상시 지상으로 연결하는 통로 2곳을 더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대 상부에 VR(가상현실) 카메라도 설치했다. 사각 지대없이 풍부한 공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15일 오전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개관기념 간담회에서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15일 오전 세종S씨어터에서 열린 개관기념 간담회에서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대관료 책정은 실험적인 공연을 하는 영세한 극단들의 이용이 많을 것을 염두에 뒀다. 김희철 본부장은 "대학로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극장과 비교해도 전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용 시간대별로 세분화하는 등 극장 사용자 편의에 맞춰 다양한 지원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세종S씨어터 대관료는 하루 공연(3시간) 기준 85만원으로, 연습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약 100만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한달 기준으로 가정하면 공연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약 2500만~2600만원 정도 비용이 예상된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새 공연장 개관을 기념해 오는 18일부터 12월30일까지 콘서트,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인다. 창작공모를 통해 당선된 서울시극단의 '사막 속의 흰개미',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용 '더 토핑', 서울시오페라단의 현대오페라 작곡가 메노티의 '아말과 동방박사들'·'노처녀와 도둑' 등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다만 블랙박스형 공간 특성을 십분 활용한 공연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개관기념작 공모에 약 50여편 작품이 들어왔는데 애석하게도 극장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며 "고민 끝에 문학성과 시의성 띄어난 작품을 먼저 선정하자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이 선보일 '사막 속의 흰개미'는 무너져가는 고택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민낯 드러내는 작품이다. 김 단장은 "앞으로 극장 특성에 잘 맞는 작품 선정해 실험성 뛰어난 작품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관객들이 더욱 가까이에서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본부장은 "내년 1월 선보일 뮤지컬 '더 헬맷'이 S씨어터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 될 것"이라며 "향후 여러 예술단에서 재미있는 시도를 할 것으로 기대하며, 작품 개발 및 상업화 지원도 활발히 하겠다"고 말했다.

(위부터)세종S씨어터 공연장 내부와 지하1층 로비 전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위부터)세종S씨어터 공연장 내부와 지하1층 로비 전경./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지난달 27일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김성규 사장은 S씨어터 개관과 함께 조직문화를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S씨어터 개관은 단순히 극장 하나 개관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변화의 마무리가 아닌 시작을 뜻한다"며 "오랫동안 권위적이고 대형 공연장 이미지가 강했던 세종문화회관이 고품격 예술과 더불어 실험적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나 최근 변화에 점점 뒤처지고 있다"며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독려할 수 있는 조직문화로 바꾸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 개편의 첫 단추로 업무 비효율 개선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김 사장은 "그동안 서울시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예술단 활동이 위축돼왔다"며 "외부 재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예술단의 활동을 독려하고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 예술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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