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확장' 기회 ←네이버 '그린닷'→ '불편' 우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8.10.1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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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네이버 모바일 메인 개편 테스트… '채움'을 위한 '비움' 전략 통할까

편집자주 'Do IT'(두 아이티)는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들이 IT 제품 및 서비스를 직접 체험한 후기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생생한 체험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지난 20년간 네이버의 상징은 초록색 검색창이었습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척척박사. 네이버는 초록창으로 한국인의 인터넷 첫 관문을 장악,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네이버가 곧 초록창, 초록창이 곧 네이버였죠.

지난 20년간 네이버를 대표한 초록색 검색창.지난 20년간 네이버를 대표한 초록색 검색창.


이름조차 생소한 '그린닷'은 네이버가 초록창과 멀어지겠단 선언입니다. 새롭게 개편한 모바일 메인화면에서 그린닷은 항상 아래쪽 가운데 위치합니다. 이와 달리 초록창은 첫화면을 제외하면 화면을 아래로 당겨야 나타나죠. 마치 '이제 그린닷을 쓰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초록창과 멀어지려는 네이버, '그린닷' 전면 배치

네이버는 지난 10일부터 신청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모바일 앱에 대한 시범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직접 체험한 결과 만족스러운 부분보다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폭넓은 확장성에 기회가 있다면,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이 위기 요인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아직 시범 버전이기 때문에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할 기회가 있다는 거죠.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 기존(왼쪽), 개편 버전.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 기존(왼쪽), 개편 버전.
첫화면 디자인은 깔끔 그 자체입니다. 첫화면의 터줏대감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급검)가 빠지고 초록창과 그린닷, 날씨 정보가 남았습니다. 날씨 정보 위 광고 공간도 보이네요. 스마트폰 바탕화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부분 공간을 비웠습니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검색 중심의 단순함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도 테스트에 참여하기 전까지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종합 정보·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한 네이버가 첫화면 대부분을 비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하지만 네이버의 비움은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채움을 위한 비움이죠.

◇'채움'을 위한 네이버의 '비움'…그린닷 '확장성' 주목


그린닷을 터치하면 네이버의 이런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첫 번째 반원에는 '렌즈·음악·음성·내 주변·검색' 버튼이 나오죠. 네이버 검색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담겼습니다. 검색창 오른쪽에 조그만 음성, 렌즈 버튼만 배치한 기존 버전과 비교하면 텍스트 외 검색 기능의 비중이 확실히 커졌죠. '텍스트 말고 다른 검색 기능들도 써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텍스트가 아닌 검색 기능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가운데 위치한 음성 검색을 잘못 누르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만약 사용자에게 이 공간의 선택권을 준다면 몇 개의 검색 기능이 남을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전용 버튼이 외면받은 것처럼, 그린닷의 검색 선택지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입니다.

[Do IT]'확장' 기회 ←네이버 '그린닷'→ '불편' 우려
2번째 반원은 네이버의 다양한 주제판, 서비스들을 배치하는 '바로가기' 영역입니다. 이 공간은 향후 외부 웹사이트도 등록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인데요.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적극적인 사용자에겐 매우 유용한 공간입니다. 외부 앱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춘다면 스마트폰 바탕화면을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기능입니다. 그린닷 상단에는 검색 추천 키워드가 배치됐습니다. 아직 개인화 학습이 이뤄지지 않아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네요.

그린닷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린닷뿐 아니라 주제판, 웨스트랩 등도 마찬가지죠. 로그인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가져와야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불거지는 태생적 문제입니다. 로그인 없이 사용하는 이들에겐 그린닷의 확장성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첫화면이 비어서 문제라면, 그린닷은 너무 채워서 문제가 될 수 있죠. 네이버 뉴스를 중심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들 역시 비슷한 불만을 가질 겁니다.

◇사용성 개선 시급한 '뉴스판'… AI 추천 기능 '미완성'

첫화면에 빠진 뉴스를 보여주는 뉴스판은 사용성 개선이 시급합니다. 기존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트래픽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서비스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뉴스판은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채널들로 구성된 뉴스피드판과 AI 기술 '에어스' 기반 MY뉴스판으로 이뤄졌죠. 뉴스판 내 판 순서 변경, 특정 판만 구독이 불가능합니다. 두 판을 비교하면서 뉴스를 읽으라는 의도 같습니다.

MY뉴스판을 열면 주요 뉴스 5개가 나옵니다. 아직까진 제 관심사보단 다양한 분야의 주요 뉴스를 뽑은 느낌입니다. 기존 버전과 달리 '새로고침'(새로운 뉴스 가져오기) 버튼도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별다른 기준 없이 뉴스를 배열한 느낌입니다. 뉴스피드판은 채널 구독 이후 사용자가 언론사 순서를 재조정할 수 없는 문제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뉴스를 보다가 그린닷 버튼을 누르면 에어스 추천 뉴스를 알려주는 기능도 미완성입니다. 체감상 기사 2개 중 1개는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연예, 스포츠 분야에만 적용됐다는 네이버의 설명과 달리 국제, IT 등 분야에서도 에어스 추천 기능이 나타났습니다. 적용 분야 확대와 추천 기술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죠.

첫화면 왼쪽에 생긴 웨스트랩은 요즘유행, 랭킹템, MY페이 등 쇼핑 관련 판들로 구성됐습니다. 네이버의 또 다른 확장 전략이죠. 네이버 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에어스 뉴스 추천과 마찬가지로 '에이아이템스' 기술을 활용한 관련 상품 추천은 대부분 적용되지 않았죠. 앞으로 웨스트랩은 쇼핑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0일 열린 '커넥트 2019'에서 모바일 메인화면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0일 열린 '커넥트 2019'에서 모바일 메인화면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채움을 위한 비움을 택한 네이버. 정식 서비스 출시 땐 서비스 완성도에 빈 공간이 존재해선 안 되겠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네이버의 미래를 위한 실험이자 모험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린닷은 네이버를 대표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이제 공(그린닷)은 사용자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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