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 OECD기준 고용률 높은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8.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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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효과적인 고용 정책을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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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OECD기준 고용률 높은 이유


최근 들어 일본의 OECD기준 고용률이 75%를 넘고 실업률이 2.5%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올 1~8월 평균 고용률은 59.9%, OECD기준 고용률은 76.6%, 실업률은 2.5%다. 고용률은 15세이상 인구 중 취업자수, OECD기준 고용률은 노령층을 제외하고 실제 취업활동이 많은 15~64세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일본의 올해 15세 이상 인구 1억1102만명 중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는 3543만명으로 31.9%를 차지한다. 한국의 16.6%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이러다보니 실제 일할 수 있는 청·장년층 인력이 부족해 구인난을 겪고 고용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은 하락했다. 일반 고용률에 비해 OECD기준 고용률이 16.7%p나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은 2005년부터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당시 합계출산률이 1.26으로 최저치 기록 후 서서히 올랐으나 여전히 인구가 줄어들었고 올해 노령층 인구 비율은 28%로 높아졌다.

◇일본이 일자리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



일본은 부족한 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주부, 학생, 노인을 대상으로 인력 확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경제활동인구는 6635만명에서 6813만명으로 늘어났고 경제활동참가율이 59.9%에서 61.4%로 높아졌다. 일본의 15세 이상 취업자 중 남성 비율은 56.6%에서 55.8%로 줄어든 반면 여성은 43.4%에서 44.2%로 늘어났다. 취업자 중 65세 이상 노인층 비율도 11.9%에서 12.9%로 증가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5.1%에서 3.9%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여성, 노인, 학생 일자리는 주로 비정규직으로 고용의 질은 떨어졌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2016년 37.4%에서 2018년 37.7%로 증가했다. 또한 늘어난 일자리는 음식·숙박업과 서비스업이 많으며 제조업, 금융업 취업자 비중은 줄었다.


◇한국이 일본보다 고용사정이 나쁠까

일각에서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고용 수준이 나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올 1~8월 평균 고용률은 60.6%, OECD기준 고용률은 66.5%다. 일본보다 고용률이 0.7%p 높은 반면 OECD기준 고용률은 10.1%p 낮다. 한국의 실업률은 4.0%로 일본보다 1.5%p 높고, 청년실업률(10.0%)는 6.1%p나 높다.

그러나 올해 한국의 1~8월 기준 고용률은 역대 2위에 해당하고, OECD기준 고용률은 역대 1위 수준이다. 실업률은 2016년과 2017년 3.9%에 비해 0.1%p 올랐지만 15~29세 청년실업률은 2016년 10.4%, 2017년 10.2%에서 올해 10.0%로 오히려 낮아졌다.

해외와 단순 수치 비교는 고용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국가별 특성과 사회·정치적 원인을 같이 봐야 한다. 특히나 지금같이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는 인구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이 일본의 OECD 고용률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OECD기준 고용률(66.5%)을 일본 수준(76.6%)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수치다.

고용률은 무한정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고용률의 최대치이며 올해 OECD기준(1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69.4%다. 실업률이 0%라고 해도 OECD기준 고용률이 70%를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만일 70% 이상 고용률을 높이려면 주부,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에 투입해야 하지만 의무군인, 수험생 등 비중이 높아 한계가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고용 수준은 인구 구조와 사회 현상 차이에 의해 평행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는 일본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근접해 있고 1~8월 기준 15~64세 인구수가 올해 처음으로 6만3000명 감소했다. 인구 증가율(나아가 인구 자체)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수를 크게 늘리려면 초호황 경기 상황이 와야 한다. 아니면 예전처럼 토목공사를 벌이거나 임시직과 일용직을 늘리면 된다. 대신 고용의 질이 나빠질 것은 감수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던 주부, 노인 등의 인력 활용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에서는 제대로 된 고용상황과 수준을 설명하기는커녕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고용실적과 현황에 대해 상반기 취업자 수가 14만명 늘어난 것에 대해 면목이 없다”면서 “일자리 감소에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일부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고용지표인 고용률, 실업률을 무시하고 인구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 취업자 증가수로 고용 수준을 따진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며 문제 의식의 결여를 보여준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인구 증가율 감소로 인해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계속해서 취업자 증가수에 매달린다면 결코 제대로 된 고용 분석과 정책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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