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수가 공감할 법한 얘기다. 많은 빚은 채권자가 떼였다고 체념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 채권자의 머릿속에 항상 자리잡은 ‘골칫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친구에게, 직장 동료에게, 심지어 가족에게 소중한 돈을 빌려주고는 끙끙 앓으며 어떻게 받아낼지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한다.
◇ 차용증을 공증한다면
여기서 주의할 것은 금전소비대차를 통하여 해당 금전의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것, 즉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은 종류물로서 얼마든지 시장에서 대체가 가능하며, 따로 꼬리표를 붙여두지 않는 한 섞여버리면 찾기 어렵다. 또한 금전소비대차는 무이자가 원칙이므로, 이자를 받고 싶다면 이를 명시적으로 약정해야 한다.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보통 ‘차용증’이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아예 돈을 준다는 생각으로 빌려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기본사항인 원금, 이자, 변제기일 등을 분명하게 정한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두계약만으로도 계약은 성립하나, 채무자가 이를 쉽게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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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차용증을 공증한다면 장점이 많다. 돈을 빌려주면서 대여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를 기재한 공정증서를 공증사무소에서 작성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집행권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채권자 입장에서는 매우 손쉽게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집행을 확보할 수 있다.
차선책으로 양자간 이미 작성한 차용증에 공증인의 인증을 받는 경우 바로 강제집행할 수는 없으나 차용증이 진정하게 작성된 문서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민사소송 절차를 거쳐 판결문을 얻는데 매우 유리하다. 다만 강제집행을 확보하더라도 채무자가 책임재산이 없어 무자력이면 돈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부터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타인 명의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채권자는 채무자의 실제 명의나 전화번호, 주소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채무자에게 실제로 돈을 갚을 자력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채무자에게 부동산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담보를 잡을 수 있다면 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형사 사기죄의 가능성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나,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개인간 금전 문제로 파악하여 가능한 한 민사 채무불이행으로 대여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금전소비대차에서 사기죄의 성립에 대하여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도5382 판결).
쉽게 말해 채무자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사기 전력은 있는지, 채권자를 적극적으로 속였는지, 채권자를 피해다녔는지 등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기죄의 성립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 손을 떠난 돈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다. 돈 받을 자는 돈을 줘야 할 자보다도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