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빅데이터 규제 풀어야 인터넷은행 '금융혁신' 성공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8.09.2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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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여는 인터넷은행]<2>중금리대출 못 하는 인터넷은행…규제혁신 다음 타깃은 '빅데이터'

편집자주 편주 기존 은행과 똑같이 ‘은행법’의 적용을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춤 법안을 생겼다.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다. 은산분리 완화로 족쇄가 풀린 인터넷은행이 금융산업을 뒤흔드는 혁신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인터넷은행의 그간 한계와 향후 과제, 새로운 인터넷은행 후보들에 대해 살펴봤다.   

[MT리포트]빅데이터 규제 풀어야 인터넷은행 '금융혁신' 성공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혁신 DNA’가 금융업에 이식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혁신을 위해선 큰 산이 하나 더 남았다. 인터넷은행이 지금까지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애플리케이션(앱)을 단순화하는 등 ‘플랫폼’ 혁신을 이끌었다면 앞으로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위해선 개인정보 활용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규제 완화의 필요성과 법규 개정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국의 인터넷은행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 2억명에게 중금리대출을 제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은행 계좌조차 없는 농어민과 영세상인 등이 중금리대출의 수혜를 받으면서 중국에서는 ‘포용금융’의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인터넷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고신용자(1~3등급) 비중은 96.1%로 국내 은행의 평균 고신용 차주 비중(84.8%)보다 11.3%포인트 높았다. 인터넷은행의 중신용(4~6등급) 차주 비중도 3.8%로 국내 은행 평균인 11.9%보다 크게 낮았다.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중 하나인 서민 대상의 중금리대출 활성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인터넷은행의 ‘보신경영’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정보 이용을 가로막는 현행 규제 탓에 빅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정교한 신용평가모델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려면 중·저신용자의 신용을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이 필요하다. 중국의 인터넷은행인 마이뱅크와 위뱅크 등은 고객의 통신 이용 내역과 쇼핑 이력, SNS 데이터 등을 분석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제공한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거래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더욱이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로 활용할 수 없는 ‘비식별정보’(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정보)조차 당사자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마저도 보유 기간이 거래 종료 후 5년이라 빅데이터로서 활용도가 낮다.

정부도 개인정보 활용을 막는 과도한 규제가 금융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데이터 규제 혁신 현장을 방문해 “기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룬 것”이라며 “우리도 신속하게 전략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식별 정보에 한해 개인정보 활용 및 유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통신·온라인정보를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과 금융정보를 규제하는 ‘신용정보법’도 소관 부처에서 각각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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