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빙그레는 전일대비 800원(1.02%) 하락한 7만8000원을 기록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소폭 하락했지만, 전날 오전에는 장중 8만2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이후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날만 13일이다.
111년 만의 폭염에 빙과업체 모두 빙과매출이 나란히 늘었지만, 그것이 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 것은 빙그레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빙과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제과 (27,700원 0.00%)는 주가가 9% 오르는데 그쳤다. 3,4위 업체인 롯데푸드 (311,000원 ▲6,500 +2.13%)와 해태제과식품 (5,300원 ▼30 -0.56%) 주가는 오히려 각각 6%, 5% 하락했다.
빙그레 사업구조가 냉장·냉동품목으로 이원화된 단순한 구조여서 가능했다. 빙그레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바나나맛우유 등 냉장품목 매출이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아이스크림 등 냉동부문은 44%를 차지한다. 두 사업부문 다 계절성이 강하다. 폭염의 대표 수혜주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는 빙그레의 최대 고민거리다. 지나치게 단순한 사업구조 탓에 기업 실적이 날씨에 좌우돼왔다. 디저트 열풍, 원두커피 대중화로 빙과 대체제가 많아진 지난 3년간은 날씨와 관계없이 역신장했다. 올해 폭염 전까지 업계 관계자들조차 빙과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여겼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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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걱정…높은 기저 '발목'=일단 올해 실적은 좋다.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실적 호조를 이어가면서 한층 개선된 연간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IBK투자증권은 빙그레의 올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현 연구원은 "냉동부문 매출은 1338억원, 냉장부문은 1275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회계기준 변경 영향을 제외하면 전년대비 각각 6.3%, 3.2% 증가하는 셈"이라며 "무더위 수혜, 가격정찰제 안정화로 인한 평균판매단가 상승효과, 마케팅 강화에 따른 판매 증가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호실적이 내년 높은 기저효과로 작용해 주가와 실적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실적은 111년만의 폭염이라는 특수상황을 기반으로 한다. 내년에도 올해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리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까지 빙과 시장이 추세적으로 하락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빙그레 내부에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빙그레는 계절성이 강한 사업구조를 벗어나려 최근 냉동밥 등 HMR(가정간편식), 건강식품, 초콜릿 수입, 팻푸드 사업에 새로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폭염 수혜가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더 고조시킨다"며 "내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신제품 개발이나 사업 다각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