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만에 침묵 깬 김명수, 檢수사 협조 강조·개혁의지 재확인

뉴스1 제공 2018.09.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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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영장 줄기각에 "일선법관 재판 관여못해"
"사법발전위 제안 전폭 수용"…행정처 전면개혁 추진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2018.8.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김명수 대법원장. 2018.8.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긴 침묵을 깨고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수사 협조를 공언한 뒤 90일만의 재확인이다.

그간 의심받아온 사법개혁을 향한 의지는 거듭 강조했다. 개혁 대상인 사법부의 '셀프 개혁' 추진에 대한 시민사회 등의 비판을 감안해 외부 기관이나 단체도 함께 참여하는 사법개혁 방안 마련도 약속했다.



사법농단 사태로 인한 사상 초유의 대법원 수사 속 사법부 70돌을 맞은 김 대법원장은 13일 서울 서초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매우 참담하다"며 '통렬한 반성'과 '깊은 사과'부터 꺼내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그간 사법농단 사태에서 부실 대처로 리더십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지난 6월1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도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특히 사법농단 의혹 관련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예산전용에 더해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통상의 발부율인 90%에 육박하고,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사실상 법원이 증거인멸을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데도 별다른 조처가 없어 비판여론이 고조돼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다시금 "현 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게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장으로 일선 법관 재판엔 관여할 수 없다"고 협조의 범위엔 선을 그었다. 이어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영장발부 여부를 지적하거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법관 독립'의 원칙을 말하면서도 법원의 영장 심사나 자료 제출 등을 언급하면 또 다른 재판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도 그간 영장발부는 일선 법원 영장전담 판사의 독립된 권한으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온 바 있다.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 사법개혁에 대한 신속한 방안 마련도 다짐했다.

특히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지난 3월 출범시킨 사법발전위원회가 그간 내놓은 제안에 대해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인적·물적 분리, 윤리감사관직 외부 개방, 법관인사 이원화 완성 및 사법행정 구조 개편, 전관예우 해소방안 마련, 상고심제도 개선 등이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적 요구와 눈높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도 검토하겠다"면서 "사법부 내 의사만 반영되지 않도록 국회와 행정부를 비롯한 외부 기관이나 단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해 국회에 설명했다는 '법원개혁 입법과제' 자료가 국민적 공론화 등도 거치지 않고 만든 셀프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 점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앞서 "사법부가 주도권을 갖는 법원개혁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법원개혁 추진기구는 사법부·행정부·입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법관 승진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개혁, 법원장 이원화 선출 등 김 대법원장이 주된 개혁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법관 인사제도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행정처 '폐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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